한국일보

●워싱턴 국립미술관 서관을 가다 ①

2024-07-30 (화) 07:50:53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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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

●워싱턴 국립미술관 서관을 가다 ①

필리피노 리피가 1474-1480년 사이에 그린 ‘아기 예수의 경배.’ , 프라 필리포 리피가 아내 리피를 그린 ‘아기예수와 두 천사를 안은 성모, 1465-1469’(우피치), 프라 필리포 리피가 1440-1445년 사이에 그린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왼쪽부터)

●워싱턴 국립미술관 서관을 가다 ①

워싱턴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서관(오른쪽)과 입구.




올해 다섯 번 정도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미술관을 다녀왔다. 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인 국립미술관에는 봐도 봐도 끝이 없는 명화들이 줄지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국립미술관에는 르네상스 회화, 바로크 회화, 인상파 회화, 입체주의 회화, 추상 회화, 조각품, 판화, 드로잉, 사진 등 모두 150,000점이 넘는 방대한 미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2023년 국립미술관을 방문한 총방문객 수는 383만 명. 올해는 4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남녀노소, 국적불문 미술관은 누구나 무료 입장이다. 세계적인 미술관 중에서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는 곳은 미국의 워싱턴 국립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대영제국 박물관 등 두 곳이 있다.


미술관에는 9개의 갤러리가 있다. 그 중 이탈리아 르네상스 갤러리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비롯해 지오토, 프라 안젤리코, 라파엘로,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 필리피노 리피 등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비롯, 유럽 최고 화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

국립미술관은 1937년 미국 재무부 장관이었던 앤드류 윌리엄 멜런이 기증한 재산과 소장품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미술관의 서관 건물은 건축가 존 러셀 포프가 설계하여 1941년 완공된 건축물이다. 하지만 미술관을 세운 가장 중요한 인물인 건축가 포프와 자산가 멜런은 1937년 8월 26일과 8월 27일 24시간 차이를 두고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건축물이 완공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당시 국립미술관 서관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리석 구조물이었다.

‘지네브라 데 벤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세기 피렌체의 한 귀족 여인을 그린 작은 초상화다. 이 작품은 국립미술관 측이 1967년 리히텐슈타인의 요제프 2세 왕자로 부터 500만 달러에 구입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가격으로 현재 시세로 따지면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미술관은 작품 구입을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에 단 한 점밖에 없는 다빈치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1474년에서 1478년 사이에 이 초상화를 그렸다. 학자들의 연구로는 지네브라가 16세 때 니콜리니와 약혼한 것을 기념해 그린 것으로 추측한다. 작품 뒷면에는 월계수와 야자수로 둘러싸인 향나무가 그려져 있다. 지네브라는 담담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 보고 있다. 만약 지네브라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이 작품은 모나리자에 버금가는 엄청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국립미술관에는 17세기 이전 작품만 약 1,200점 정도 소장하고 있다.

필리피노 리피와 그의 아버지 ‘프라 필리포 리피’의 작품도 국립미술관에 9점이나 전시돼 있다. 이탈리아 프라토 출신의 필리피노 리피는 그의 아버지 필리포와 산드로 보티첼리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런데 그가 태어난 이야기가 충격적이다. 아버지 프라 필리포 리피는 당시 유명한 화가 겸 수도사였다. 프라가 바로 수도사를 뜻하는 말이다.

1456년, 당시 50세의 필리포는 프라토의 산타 마게리타 수녀원 교회에서 22세의 ‘루크레치아 부티’ 수녀를 마주치게 된다. 그는 너무나도 예쁜 부티를 보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 필리포는 성모(聖母)를 그리려면 부티가 모델이 돼야 한다며 교회에 간청했다.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며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려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는 부티를 집으로 데리고 온 후 자신의 아내로 만들었다. 그리고 9개월 후 태어난 아들이 바로 필리피노 리피다.

당시 이 사건은 수도사와 수녀의 결합으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필리포는 투옥된 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시모 데 메디치의 주선으로 교황의 특면장이 내려지고 그는 석방된다. 이렇게 해서 리피 가문에서는 두 명의 위대한 화가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1440-1445’은 필리포가 아내 ‘부티’를 그린 작품일까? 성모자상은 필리포가 부티를 만나기 전에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부티를 그린 것은 아니다. 부티를 그린 작품은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에 가면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아기예수와 두 천사를 안은 성모, 1465-1469’라는 작품이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먼저 작품은 성모의 외로움이 보이는 반면, 나중 작품은 성모의 편안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국립미술관에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거나 쉴 수 있는 벤치도 많고,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파는 카페, 미술품과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 숍도 마련돼 있다. 몇 시간 정도 미술 감상을 하기에는 최고의 장소인 것이다. 미술관은 10시- 5시까지 문을 연다. 자동차 파킹은 오전 9시 30분 쯤에 가면 미술관 앞이나 옆에 쉽게 파킹할 수 있다. 파킹료는 2시간에 $6 정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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