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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개회식 공연

2024-07-30 (화)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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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역사상 가장 신선하고 예술적이라고 하는 파리 올림픽 개회식을 필두로 센 강 주변에 펼쳐진 12개의 무대에서 다채롭고 예술적인 공연들이 진행되었다. 통상 실내 경기장에 각국 선수들이 입장하여 행진하는 대신에 100 척의 배를 센 강에 띄워 각국의 선수단이 배에 승선하여 6 KM의 거리를 선상 행진한다. 특이한 장면은 센 강 한 가운데로 한 마리의 백마가 물길을 가르며 질주한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실물 백마가 뛰는 것 같다. 사실은 물 위에 보일 듯 말듯하게 잠수함 같은 동력으로 움직이는 보트위에 고정시킨 백마 로봇이 실물 말처럼 뛰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4년 전에 화재로 인해 전소되었던 노틀담 대성당의 재건축 현장의 모습이었다. 철골 작업 중인 공사 현장에서 무용수들이 음악에 맞추어 자신의 몸과 철골에 밧줄을 묶고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40여년 전 내가 런던의 한영 합작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나는 노틀담 성당의 예술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파리를 방문할 때 마다 성당을 방문하고 예술적인 건축미를 즐겼었다. 아직도 공사 중인 노틀담 성당을 보면서 새롭게 재건된 성당의 모습이 화재 전의 모습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엘리제 궁, 루브르 박물관, 수많은 역사적인 건물과 강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다리들을 지나 선수단을 실은 배들은 에펠탑 근처에서 하선하고 선수들은 에펠탑 전면에 있는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한다. 센 강의 양쪽에 늘어선 역사적인 건물의 발코니에서는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드럼과 기타들로 구성된 밴드가 존 레넌의 음악을 연주한다.


두 사람의 최종 성화 봉송자가 거대한 원통형의 성화대에 불을 지핀다. 불꽃은 순식간에 성화대를 뒤덮고 성화대 한 가운데에 설치된 첨단 기술로 제작된 대형 풍선이 인공 불꽃을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 오른다. 국영 파리 오케스트라가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사랑의 찬가’를 은은하게 연주한다. 에펠탑을 중심으로 구름처럼 몰려있는 수 많은 인파들이 열광적으로 소리치며 환호한다. 개회식의 하이 라이트는 일몰과 더불어 야경과 맞물려 올림픽의 서막을 장식한다.

개회식 음악으로 왜 ‘사랑의 찬가’를 선정했을까. 이 노래를 부른 에디트 피아프는 프랑스 국민을 비롯해 유럽 및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 그녀의 이름과 노래가 널리 알려져 있어서 사랑의 찬가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최고의 국민 가요인 샹송이었다. 프랑스 올림픽 위원회는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가 인종 갈등을 겪고 있고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스 정부와 반정부적인 사람들과의 화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에디트 피아프가 사랑의 찬가를 부르게 된 것은 그녀가 사랑한 연인이었던 유명한 권투 선수인 세르당이 시합이 예정되어 마지막 연습 중이었는데, 세르당이 보고싶다는 에디트 피아프의 긴급한 요청으로 비행기를 타고 그녀를 만나러 가던 중에 애석하게도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에디트 피아프는 자신 때문에 연인을 사망케 했다는 죄책감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빠진다. 에디트 피아프는 연인 세르당을 그리워 하며 사랑의 찬가의 가사를 쓰고 노래를 작곡해서 불렀다.

세르당의 죽음으로 인해 중병을 얻은 에디트 피아프는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 누가 이 노래를 불러서 만인들에게 최상의 감동을 줄 수가 있을까. 올림픽 위원들은 셀린 디옹이 이 대업을 실행해 낼 수 있다고 결정하고 셀린 디옹을 개회식 HIGH LIGHT를 장식하는 사랑의 찬가 노래 연주자로 선정했다. 프랑스에는 라라 페비앙, 애슐리 등 쟁쟁한 현존하는 여가수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사랑의 찬가의 이미지에 딱 맞아 떨어지는 가수는 셀린 디옹 밖에 없었다. 불치병을 딛고 일어나 에펠탑의 무대에 유령처럼 나타난 셀린 디옹.

그녀는 하얀 소복을 하고 천사같은 모습으로 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애절하고도 아름답게 열창한 셀린 디옹의 노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심금을 울리고 엄청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는 에디트 피아프의 원곡 노래를 뛰어 넘는 음악성을 보였다. 평화, 박애의 기치를 내건 파리 올림픽이 파리 전체를 예술의 무대로 만들었다.` 파리 올림픽 개회식 공연은 향후 100년이 흘러도 세상 사람들은 오늘의 파리 올림픽 공연을 이야기 할 것이다.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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