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리브유 가격 미친 거 아냐”…두 배까지 급등

202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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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은 이상 기후·자연재해
▶이상고온에 장바구니 물가↑

▶ 1°C 오르면 식료품 0.2%↑
▶운하 운행 차질로 공급 영향

“올리브유 가격 미친 거 아냐”…두 배까지 급등

유럽 이상 고온 현상으로 올리브 흉작이 지속되면서 미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올리브유가 가격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

올리브유 가격이 미쳤다. 요즘 전보다 2배나 오른 올리브유 가격을 보고 놀라는 소비자가 많다. 인플레이션이 식료품 가격 급등 원인의 표면적인 원인이지만 이상 기후가 뒷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 중앙은행과‘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035년까지 3.2% 상승할 것이란 경고됐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작물 가격 상승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유럽 전역에 걸친 가뭄으로 올리브 수확은 크게 감소했다. 서부 아프리카의 폭우와 폭염으로 코코아나무는 썩어 간다. 산불, 홍수,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보험업계가 기록적인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험료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온실개스 배출이 지구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며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리브유 사상 최고가


‘국제통화기구’(IMF)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올리브유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리브유 가격 급등 원인을 단순한 공급 차질 때문이 아닌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유럽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지목했다. 2023년 초 유럽의 따듯한 겨울 날씨로 인해 올리브 나무의 과실 생산 능력에 차질이 생겼다.

여름 기온이 화씨 110도를 넘어서자, 올리브가 다 익기도 전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상 고온이 식물과 토양의 수분을 건조시키면서 올리브 나무 등 많은 과실나무가 시들어 죽게 된 것이다.

이상 고온 현상은 인간이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인재다. 유럽 농업국에 따르면 인간에 의한 이상 기후로 올리브유 생산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 세계 올리브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유럽에서의 올리브유 생산이 줄자 미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식료품 가격 큰 타격

이상 기후로 모든 물건의 가격이 오를 수 있으나 식료품 가격에 미치는 타격이 가장 크다. 식물의 잎이 수분을 잃고 꽃과 과실 생산을 멈추면 결국 광합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농작물, 가축, 어패류는 이상 기후에 매우 민감하다. 어패류 등 바다 생물은 이미 폭염에 집단 폐사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농작물 생산 업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이제 두 손 든 상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코코아 가격이다. 올리브유와 더불어 올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코코아도 향후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한 농작물로 지적된다. 코코아는 유전적으로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식물에 속한다. 이상 고온과 높은 습도로 인해 세계 최대 코코아 산지인 서부 아프리카 농부들은 코코아 재배에 극심한 위험에 처해있다.

■2035년까지 인플레 3.2%


세계 최고 기후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연합’(UN) 기후 변화 패널은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 여러 농작물 재배 지역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면 농작물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중 하나가 옥수수다. 기후 변화 패널에 따르면 세계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높은 연간 섭씨 1.5도(화씨 2.7도) 상승하면 옥수수 흉작 위험도가 과거 수십 년간 보여왔던 6%에서 40%로 치솟을 것으로 경고됐다. 현재 기온 상승 추세대로라면 이 같은 경고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실제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의 맥스 코츠 기후 경제학자는 기후 변화가 식료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121개 국가의 지난 30년간 월별 기온 변화와 소비자 가격 지수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 글로벌 경제 침체, 전쟁 등의 변수를 제외했을 때 기온이 월 섭씨 1도(화씨 1.8도) 오르면 다음 해 식료품 가격이 0.2%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현재 기온 상승 추세가 멈추지 않으면 2035년까지 연간 식료품 가격 인플레이션은 3.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율은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 중앙은행이 목표치로 정한 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운하 운행 차질 → 공급망 대란

기후 변화로 세계 주요 운하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공급망 대란 현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글로벌 무역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파나마 운하를 통해 차량, 농작물, 석탄 등 다양한 제품이 전 세계로 공급된다. IMF에 따르면 월간 약 1,000채의 컨테이너 선박이 파나마 운하를 통해 약 4,000만 톤의 제품을 실어 나르는데 이는 세계 해양 무역량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 약 50마일에 이르는 파나마 운하가 심각한 가뭄으로 완공 1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물길을 책임지는 가툰 호수의 수면이 낮아지면서 하루 운행 선박량이 지난해 가을부터 제한되기 시작했다.

가뭄이 없는 해에는 하루 평균 35~40척의 선박이 파나마 운항을 통과했는데 올해 초 몇 개월간 일일 통과 선박 수가 절반인 20척으로 제한되며 ‘선박 병목 현상’을 빚었다. 최근 강우량이 개선되면서 일일 통과 선박 수가 약 30척으로 늘었지만 그래도 전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파나마 운하 통과 선박수가 제한되자 운하를 통해 운반되는 물품량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하루에 약 140만 톤의 물품이 파나마 운하를 통해 공급됐으나 올해 초 그 숫자는 100만 톤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회복됐다. 아메리칸 대학 아이만 오마르 교수는 “파나마 운하 상황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전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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