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나 그 사촌이나 똑같이 생겨”
▶ 우루과이 TV 인터뷰 도중 발언 논란
▶더 선 등 현지언론들 강도 높게 비판
토트넘의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손흥민이 지난 3월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애스턴 빌라와 경기에서 티모 베르너가 팀의 4번째 골을 넣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손흥민(토트넘)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가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현지에선 벤탄쿠르의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영국의 BBC방송 등 외신들은 “벤탄쿠르가 최근 우루과이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도중 손흥민을 향해 끔찍한 농담을 한 뒤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벤탄쿠르는 오는 20일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하기 위해 자국에 머물고 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벤탄쿠르는 이에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놓고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해석됐다. 외모를 비하해 조롱했다는 이유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리그에선 인종차별적 행위를 금하며, 어길 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 퍼져 논란이 확산됐다.
벤탄쿠르는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나쁜 농담”이라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시인한 듯해서다. 벤탄쿠르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겠다. 내가 한 말은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면서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24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는 공간에 사과문을 게재해 진정성 논란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 손흥민이 살뜰히 챙기던 벤탄쿠르의 발언이라 충격은 더하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벤탄쿠르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8개월여 만에 복귀했을 때 “좋은 친구 중 한 명인 벤탄쿠르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에 매우 감사하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벤탄쿠르 역시 부상으로 오랜 시간 고통 받을 때 “손흥민이 옆에서 많은 용기와 응원을 보내줬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언론들은 벤탄쿠르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더 선은 “벤탄쿠르의 충격적인 발언은 손흥민이 웨스트햄전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입은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디 애슬레틱도 “지난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제스처를 한 크리스털 팰리스의 팬은 3년 간 축구장 입장 금지 등 징계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벤탄쿠르가 우루과이 출신 선수인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20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에딘소 카바니(보카 주니어스)는 SNS에 흑인 비하 단어를 썼다가 영국축구협회(FA)로부터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강인에게 강한 태클을 하고 ‘주먹 세리머니’를 한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양손으로 눈을 찢는, 인종차별적 행위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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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