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다 잃어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 기억이 있는가? 미셸 자우너 (Michelle Zauner)의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Mart)』가 이에 대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Mart)』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자우너의 수필로 암 투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한국 음식에 깃든 그녀의 사랑을 서술한 작품이다. 저서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추천 도서 목록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 선정 2021년 주목할 100권에 선정된 바 있다. 미국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작년 자우너 부녀가 암으로 투병하시던 어머니를 돌봐준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암환자 치료 지원을 위해 1,000만원을 기부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을 받은 바이다.
영어 원서를 펼치면 한글로 뚜렷히 쓴 ‘엄마’라는 글자가 독자들의 눈에 띈다. 그 후 자우너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Ever since my mom died, I cry in H Mart.)”로 글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자우너는 9개월 되던 때 오리건주에 있는 소도시로 이사를 가게된다. 그녀는 한글학교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어머니와 한국의 친척들을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배운다. 그러나 점차 미국 사회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되고 이는 사춘기 가운데 어머니와의 깊은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우너의 솔직한 이야기는 이민자 어머니와 자녀가 미국에서 겪는 고뇌와 애증을 생생히 드러낸다.
가수로 활동 중이던 자우너는 어머니의 췌장암 소식을 갑작스레 듣게 되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녀는 어머니를 간호하며 어머니를 더욱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어머니의 기쁨을 위한 선물로 돌아가시기 전 결혼식을 치르고 2주 후 어머니는 숨을 거둔다. 수필은 비록 어머니의 건강은 악화가 되나 둘의 갈등이 점차 회복되고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택한다. 요리가 어려울 땐 유튜브를 보기도 하며 된장찌개, 잣죽 등 한국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수필 가운데 그녀는 “한달에 한번 김치를 만드는 것이 나의 새로운 치유였다. […] 내가 먹을 양보다 많이 만들 때면, 나는 친구들과 나누곤 했다. (I started making kimchi once a month, my new therapy. […] When I had made more than enough to eat, I started pawning it off on friends.)” 한국 음식을 만들고 이것을 타인과 나누는 것이 그녀에게 치유(therapy)였음을 고백한다.
이 책은 음식이 가진 맛을 느끼는 것 이상의 힘을 소개한다. 누군가의 정체성이 되어주고, 추억이 되어주고, 잃어버린 사람의 사랑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책을 읽으며, 조지아주에서 석사과정 중 처음 H마트에 갔던 나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마치 나를 반겨주는 집에 온 것 같던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저서는 음식이 이민자에게 줄 수 있는 위로가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자우너는 한국음식을 요리하며 그것을 먹고 나누며 어머니의 사랑과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잃어버린 사람이 그립다면 그분과 함께 먹은 음식을 요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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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