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오

2024-06-10 (월) 박치우 / 남성복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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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명절 중 초여름 춥지도 덥지도 않아 식물들은 새싹이 나고 모든 생물들이 가장 활기 있는 계절의 음력 5월5일은 단오절이다. 거슬러 올라가 역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우리의 가곡 ‘그네’, 그 가사가 단오(端午) 기분을 충분히 내준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한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번을 거듭 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아 마음에 일만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그 당시 아낙네들의 옷차림을 연상케 하고, 한번 차니 제비도 나래 쉬고 보던 자연 태평세월. 거듭 차니 사바(어렵고 가난하여 살기 어려운 세상)가 발아래, 그러나 마음의 그 일만 근심도 잊는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세상은 즐거움 한편에는 근심이 늘 보인다.


그 시절 단오날 어머니는 울밑에 파랗게 자란 창포를 잘라다 뜨겁게 삶은 물에 쪽을 푼 긴머리를 감으시는 것을 본 기억이 생생히 난다. 흰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시며 창포향기 너무 좋고 윤이 난다고 즐거워하시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고운 참빗으로 빗은 후에 쪽을 다시 트시고 보통 은비녀를 꽂으시다 이날은 옥비녀를 꽂으시던 것도 본 기억이 난다.

또 어머니 예쁘게 가꾸시던 모습 무엇 있느냐 하면 그 시절 어느 어머니나 늘 신던 버선, 양말처럼 늘어나지도 않는 좁은 버선에 발을 밀어 넣으시며 여자가 발이 커보이면 상스럽다며 버선목을 낑낑 잡아당기시던 모습도 생각난다.

그리고 보통 때에도 어머니들은 치마 속에 고쟁이 그 위 속치마에 치마, 위에는 저고리 속에 얇은 적삼을 입고 보통 옷은 흰 포목으로 소매끝동이나 옷고름을 색으로 달지 않아 자의(慈意)의 백의(白衣) 어머니, 이미 이 세상을 지신 어머니라도 백의 어머니를 연상케 하셨다.

단오절은 제비도 나래 쉬고 본 그런 옷차림의 그네를 타는 즐거운 정서에 그날 먹는 떡도 들에서 자란 쑥을 뜯어다 쌀가루에 곱게 찌어 동글동글 하게 빚어서 수릿떡을 만들어 먹었다.

오는 6월10일, 음력 5월5일 단오날이 돌아온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나무에 줄을 매어 그네를 탈수 있지만 우리가 살던 한국의 단오 정서 같지 않다.

우리는 6.25를 겪고 난 후 미국으로 많이 건너왔다. 그리고 미국의 사회보장제도의 좋은 혜택을 받고 그런대로 자리잡고 살다 최근 들어 역이민 붐이 일어났다. 개개인들은 잘 몰랐지만 미국의 주요 뉴스에 실릴 정도였다. 고국 한국도 이제 경제가 발전되어 생활수준이 미국처럼 되니 구태여 언어문제로 어려운 곳보다 우리말로 살던 내 나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돌아가 보니 가까운 곳에 38선이 아직도 그대로 있고 살수록 넓은 미국 땅에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생각하니 미국에 되돌아가 사는 것이 상책이라며 되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아 한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닌 중간 ‘태평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미국에 살게 된다는 역설도 나왔다.

그래도 동족끼리 친하게 어울려 살아보자며 마치 헤어졌던 이들이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게 어울려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도 본다. 이민생활을 가끔 울컥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애틋한 이런 정서 때문이다.

<박치우 / 남성복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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