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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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를 거부한다

2024-06-01 (토)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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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꼰대’라는 단어가 우리 시대에서만 사용하는 은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사전을 보니, 사전에도 의젓하게 존재한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오랫동안 통용되어오고 있는 말이다. 사전에서 그 의미를 갖다 옮기지 않더라도 ‘꼰대’는 우리의 보편 행동이나 정신이 구닥다리라는 말일 것이다.

‘꼰대’라는 말은 한국의 영호남 지방에서 번데기라는 말과 비슷해서 생긴 말이라는 설이 있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노인을 칭하기도 하고 또는 항상 훈수를 두는 것을 빗대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는 말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젊은 친구들도 어련히 알아서 잘 하는데 그 젊은이들에게 불필요한 잔소리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코로나 때 아들은 재택근무를 했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머리는 어깨 아래까지 길었고, 가족끼리 외식하러 나갈 때는 머리카락을 둘둘 말아 머리 위로 올려 소위 ‘똥머리’를 했다. 딸아이 머리보다 더 길기도 했는데, 나는 아들 녀석의 긴 머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말이야, 좀 단정해야지, 남자 녀석이 머리가 그게 뭐냐? 누가 보면 여자인 줄 알겠다”라고 타박했다. 곱씹어 생각해보면 ‘단정’의 기준도 없고, 꼭 단정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사람의 기호에 따라 취향이 다른 것뿐이다. 더군다나 성 정체성까지도 모호해지는 시대에 말이다. 이런 나의 꼰대 사고방식은 수시로 아이들과 부딪히고, 아이들은 전화를 바로 안 받거나, 통화를 하다가도 “I got to go.(그만 전화를 끊어야 한다.)”라고 한다. 말하기 싫다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나의 오랜 꼰대 짓은 사랑하는 아이들과 사이가 나빠지게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은 세상을 먼저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사람들이나 남에게 훈계 또는 잔소리를 한다.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체득한 경험과 철학은 다 각자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데 말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세상의 최대 화두는 ‘변화’이다. 변화를 가슴으로 공감하고, 진심으로 이해할 때 세상과 사회는 조화롭게 아름다울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꼰대 짓과는 상관없이 세상은 잘 굴러가니 말이다.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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