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번 버림받은 입양인들 국적 찾아주자

202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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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아왔으나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어 성장했지만 아이의 시민권 취득에 대한 양부모의 무관심, 이혼, 또는 파양 등으로 18세 이전의 귀화시기를 놓쳐서 무국적자가 된 입양인들이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사소한 경범죄로도 체포되면 모국으로 추방될 수 있어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여년간 시민권 없는 한국 입양인의 추방사례는 50건 이상으로, 갑자기 연고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모국’으로 쫓겨난 후 적응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여럿이라고 관련기관들은 전한다.

과거 고아수출국이었던 한국은 전쟁 이후 약 20만명을 미국으로 입양 보냈는데 이 가운데 10~40%가 시민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숫자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전쟁 이후 1970년까지는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해외입양인의 국적 취득 현황에 대한 자료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연방의회는 ‘아동시민권법(CCA)’을 제정, 18세 미만의 미성년 입양인들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일괄 구제했다. 하지만 당시 이미 성인이 되어 이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한 입양인 수가 약 4만9,000명이고 그중 1만8,000여명이 한국 출신 입양인들인 것으로 한국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자는 입양인 시민권 법안이 2016년부터 5차례나 발의됐지만 반이민 기류에 떠밀려 번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 연방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이 마지막으로, 조만간 또 새로운 구제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오는 6월1일 LA에서 열리는 ‘무국적 입양인 국적 찾아주기’ 컨퍼런스는 이 여섯 번째 법안의 통과를 위해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대규모 행사다. 여러 입양인들과 전문가들이 참석,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버려졌고 미국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각지대의 입양인에 대한 많은 관심이 절실하다. 미주한인들이 앞장서 이들을 따뜻이 품고 도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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