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으로 6.25사변중에 참전한 시인이 2009년 82세에 발표한 500행의 長時이다. 그의 전쟁 체험에 상상력이 합하여 이 작품을 이룬다. 고구려의 신화 유화, 임진란, 빈센트 반 고흐의 우체부 조셉 룰랭과 그의 복장과 사명, 올림픽의 장미란, 전쟁터의 탱크, M1 소총, 화랑담배, DMZ, 포병대, 불교, 성경구절, 백마고지 전투장면, 지중해, 유럽 등이 나온다. 나일강, 911테러,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육이오의 924 고지 등이 다 포함된 문제의 역작이다.
시인은 1928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 전쟁의 참화를 겪고 제 1육군병원에서 퇴역 후 1955년 청마 유치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하여 등단했다. 1971년부터 현대문학에서 분리된 월간 ‘시문학’을 주간하고 1977년부터는 부인 김규화 시인과 함께 2022년까지 발행했다. 그는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홍익대 교수를 역임했고 2020년 91세로 타계할 때까지 한국예술원회원으로 국내외로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긴 우리 현대문학사의 스승이요 거장이다. 이 우체부도 안선재(본명; Brother Antony of Taize) 교수가 영역을 했고 해외에서 발표했다.
저자의 서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ART’의 개념에는 방법도 내포되어 있다. 이 장시가 지닌 기독교와 불교, 동서 신화 공존의 중층화, 임진란과 한국전의 동시적 병치는 방법의 중시라고 볼 수 있을지. 화자와 시점의 다양, 다변화, 시간성의 파괴와 공간성의 다층적 확대, 무의식과 의식의 공존, 사물과 하이퍼적 존재와의 연결, 자동기술, 병치와 인유(引喩)와 풍자-이러한 실험도 방법의 한 범주에 속할 듯하다.
방법의 강조는 ‘What’을 배제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이를테면 ‘견내량(見乃梁)’은 통영과 거제섬 사이를 흐르는 물목이며, 울돌목(鳴梁)은 신안과 진도사이를 흐르는 물목이다. 이 장시에서 두 물목이 경계가 되는 바다 밑 계곡의 암석을 의마하는 것이 아니라 두 지역의 경계를 지우고 분열과 갈등을 무화(無化)시키는 원형적인 흐름으로 본다. 이 두 지역의 연결된 일체성과 동일성을 상징하는 물목이다. 동쪽의 견내량과 서쪽의 울돌목의 이러한 원형의 의미는, 이 두 지점 사이의 구불구불한 긴 연안의 물길인 한반도 남해에도 그대로 확대되는 역사성을 지닌다. 임진란 때, 이순신이 목숨을 걸고 사수한 이 남해안 물결에는 영,호남의 분열과 갈등이 없으며, 오직 나라와 백성이라는 국가적 정체성 수호만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선 기독교와 불교, 서양과 동양 사이에도 그러한 골이 파이고 있다. 지구를 덮으려고 하는 테러, 전쟁, 대량학살, 빈곤과 소외 등 반 인권적인 상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권력에의 욕망’이 그 뿌리일까. ‘사랑’, ‘자비’, ‘애환’의 걸음이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는 염원에는 이러한 물목이나 골이 발걸음을 막는다. 이러한 성찰은 이 장시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지.
이 장시가 Art의 총체적 의미의 회복을 배태하고 있다면 이 또한 조그만 소득일 것이다. 끝으로 평설해주신 제현에게 감사드리며, 최극(崔極)의 실록조선전쟁(광인가 2004)를 참고 했음을 밝혀,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필자 부부는 2011년 봄 마포구 성산동 시문학사에서 문덕수 님을 만나 김규화, 이오장, 김해빈 시인님들과 같이 경기도 파주의 오두산 통일 전망대를 방문했다. 녹슨 철책, 넓은 한강 하류의 거센 물결, 강 건너 보이는 북쪽 마을은 번화한 우리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한적했다. 지난 70년간 실향민들이 갈 수 없었던 송악산이 멀리 보였다. 내가 살던 개성이 거기에 있다. 역전의 용사,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하여 싸웠고 위대한 시인이 되신 문덕수 님이 무척 존경스러워 보였으며 늘 이분께 감사를 드린다. 장시 우체부는 T.S. Eliot의 황무지Waste Land처럼 앞으로도 국내외적으로 더욱 깊은 연구가 진행될 역작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이 평한다.
서윤석
●경기도 개성 출생, 경기중고등학교, 서울의대 졸업(미국 이비인후과 두경부와과 전문의)
● 2010년 시문학 등단
● 현 서울의대 미주‘시계탑’ 편집장, 워싱턴 문인회 회원
●함춘공로상, 미주시학문학상(특), 미주 윤동주문학상(특), 제 8회 팔봉문학상 수상
●최근 저서; 시집 무심한 구름(Callous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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