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벨뷰 미술박물관 고전하는 이유는?...부자동네 소재 불구 대규모 기증금, 항구전시 소장품 확보 못해

2024-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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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거창한 팡파르와 함께 벨뷰 다운타운의 멋진 신축건물에서 새로 개장한 벨뷰 미술박물관(BAM)이 당초 기대와 달리 개장 이래 줄곧 재정난을 겪어온 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고 시애틀타임스가 장문의 심층 분석기사로 보도했다.
타임스는 전현직 직원, 이사회 임원, 화가, 박물관 전문가 등 27명을 인터뷰하고 BAM 내부서류 및 관계당국 기록들을 검토했다며 재정난에 빠진 BAM이 다른 신흥도시의 소규모 박물관들처럼 긴급 모금행사를 주기적으로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도 BAM은 화재경보 시스템을 폐기해야할 정도로 다급해지자 긴급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요행이 목표인 30만달러를 넘어 34만9,000달러를 모았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뿐 BAM이 금년을 적자 없이 넘기려면 150만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다.
BAM이 다운타운으로 옮긴 후 적자운영을 면한 것은 단 5년뿐이었다. 타임스는 그 원인으로 BAM이 처음부터 재정운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상했고, 대규모 엔도우먼트(기증금)를 확보하지 못한 채 소수의 일시적 기부자들에게만 등을 기댔으며, 항구전시 소장품이 없기 때문에 1년 내내 특별전시회를 열 수밖에 없어 비용이 많이 소요됐고, 최고 경영진의 리더십 및 장기계획 부재 등도 악재였다고 밝혔다. BAM은 유일한 자산인 박물관 건물을 담보로 융자를 해왔다.
원래 1940년대부터 변두리 쇼핑몰에 학교 및 장의사와 함께 끼어 있었던 BAM은 2001년 고층건물이 숲을 이룬 다운타운 대로변에 브레머튼 출신 유명 건축가 스티븐 홀이 설계한 멋진 건물로 이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폴 앨런-빌 게이츠 공동창업주를 비롯해 존 셜리 이사 부부, 부동산 재벌 켐퍼 프리먼 등 벨뷰지역의 갑부들이 2,300만달러를 기부해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다른 대도시와 유럽의 유명 박물관들처럼 고정수입이 보장되는 항구적 엔도우먼트가 없어 개장 이후 23년 동안 땜질식 모금 캠페인을 5차례 이상 벌여야 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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