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전과 성장 가능성에 투자”

2024-05-01 (수) 유제원 기자
작게 크게

▶ ‘페드라이터스’창업한 한인 2세 미첼 조 대표

▶ 1인 기업에서 300명 규모로 성장…70개 정부계약, 연매출 3,500만불

“비전과 성장 가능성에 투자”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한다. 연봉도 좋고 무엇보다 안정적이다. 그러나 대기업에는 이미 많은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실무를 직접 경험하기도 쉽지 않고 대부분 자신이 다루는 한 분야에 국한돼 반복된 업무에 지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창업을 했고 당장의 연봉과 안정보다는 비전과 성장 가능성에 투자했다.”

1974년 버지니아에서 태어난 한인 2세 미첼 조(Mitchell Cho, 조경현) 대표는 레이크브래덕고, 조지메이슨대를 졸업한 버지니아 토박이다. 대학 졸업 후 해병대 장교로 복무했으며 제대한 다음 미용장비 생산·유통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적잖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 때 정부계약사업에 대해 알게 됐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페드라이터스(FedWriters)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페어팩스 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그의 성공비결을 묻고 차세대 한인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도 들었다.

-취업보다 창업을 선호했던 이유는
▲조직이 주는 안정감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했다. 위험부담이나 책임도 적지 않았지만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내가 만든 회사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뿌듯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다양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다른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기업인수를 제안하기도 한다.


-‘페드라이터스’는 어떤 회사인가
▲한인 단체들의 경우 그랜트를 신청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해 서류를 준비해 제출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청서를 작성해 주는 것도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이며 대부분 연방 정부나 기관의 업무를 대신 맡아 다양한 계약서, 제안서, 보고서 작성은 물론 원활한 소통을 위한 문서 작업, 자료 제공, 정보 분석, 소셜 미디어 관리, 컨설팅 등의 포괄적인 업무를 다룬다.
2010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해 14주년을 맞이한 지금 300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70여개 정부기관과 계약을 맺고 연 3천5백만 달러의 예산을 집행한다. 미 보훈부(VA) 연례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육군, 공군, 코스트가드, 재무부, 항공우주국(NASA), 의회 도서관, 해양대기청(NOAA), 특허청(PTO), 중소기업청(SBA) 등과 함께 1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계약업체 CEO 가운데 선정하는 ‘올해의 CEO’ 후보에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려 기쁘고 기대가 크다.

-다소 생소한 분야인데 창업하게 된 동기는
▲미용장비를 판매하면서 정부계약에 대해 알게 됐다. 수많은 정부 기관은 다양한 업무를 외주 계약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그 만큼 기회도 많다. 또한 정부계약의 경우 대기업은 대기업끼리,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끼리 나누어 경쟁을 하고 소수계에도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 배려한다. 때문에 이미 많은 정부계약 업체들이 있지만 여전히 기회도 많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
특히 ‘페드라이터스’의 주요업무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정부 운영이나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돕는 역할로 우리는 믿음과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다. 군인들을 훈련하는데 필요한 자료, 교통정책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한인 2세로 정체성 문제는 없었나
▲1970년대 버지니아에는 지금처럼 한인들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였지만 당연히 피부색이 달라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인종차별, 정체성 위기도 경험했으며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법을 고민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는 여전히 극복하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한류 열풍으로 지금은 오히려 한인이기 때문에 좋은 점들도 있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 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뿌리를 잊지 않고 살다보면 ‘as time goes by’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차세대 한인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의 아버지(조영주)는 작은 사업체(Crystal Mailboxes)를 운영했고 어머니(조승자)는 델리(Elisie’s Delicatessen)를 운영하면서 다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며 자녀를 위해 헌신했다. 자식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 못지않게 우리 2세들도 이민 1세대의 고노와 헌신에 존경을 표한다. 이분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어느덧 나도 50세가 됐고 남편이자 8살 딸의 아버지가 됐다. 바쁘게 살아왔고 지금도 바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기회들을 외면할 수 없다. 앞으로 에너지 분야 창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페드라이터스도 더욱 성장할 것이다. 20~30명 정도 채용할 예정이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한인 2세들의 지원을 기대한다.

문의 (703)872-7848
www.fedwriters.com

<유제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