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데이팅 앱, 내 성경험까지 공유해야 한다고?

2024-04-29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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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개인정보 보호 소홀

▶ 성희롱·차별·사기피해 잇따라
▶민감한 정보 공유 자제해야

데이팅 앱, 내 성경험까지 공유해야 한다고?

데이팅 앱 업체의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용자 스스로가 민감한 개인 정보 공유를 자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이터]

나이와 상관없이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직접 만남에 대한 부담 없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데이팅 앱이다. 그런데 데이팅 앱과 관련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데이트 폭력, 로맨스 스캠 등 데이팅 앱의 부작용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데이팅 앱 업체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부분 앱 개인 정보 보호 소홀

사용자 온라인 권리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 ‘모질라 재단’(Mozilla Foundation)이 인기 데이팅 앱 25개의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 정책과 개인 정보 유출 기록 등을 조사했는데 이 중 22개 앱이 경고 수준인 ‘Privacy Not Included’ 등급을 받았다. 이 중에는 많이 사용되는 ‘틴더’(Tinder), ‘그라인더(Grindr)’, ‘Ok큐피드(OkCupid)’, ‘힌지’(Hinge), ‘범블’(Bumble) 등도 포함됐다. 조사에 참여한 조이 맥도널드 연구원은 “경고 등급은 사용을 멀리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모질라 재단의 조사에서 80%에 해당하는 데이팅 앱이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광고 수익 목적으로 외부 업체와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개인 정보를 수집해 공유하는 웹사이트나 앱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데이팅 앱은 추가 기능 사용자에게 반강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기 때문에 공정 거래에 위반 소지도 제기될 수 있다.

■성 경험 정보까지 수집

생소한 개인 정보까지 요구하는 데이팅 앱이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제이데이트’(Jdate), ‘크리스천밍글’(Christian Mingle), ‘엘리트싱글즈’(EliteSingles) 등 차별화된 데이팅 앱을 소유한 ‘스파크네트웍스’(Spark Networks)는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서 소속 정당, 노동조합 가입 여부, 성적 취향 및 성 경험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모질라 재단의 맥도널드 연구원에 따르면 데이팅 앱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서 성과 관련된 언급이 종종 나오긴 하지만 성 경험 정보까지 수집한다고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맥도널드 연구원은 “데이팅 앱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으려면 개인 신상 공개가 불가피하지만 구체적인 개인 정보가 공개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라며 “데이트 상대를 찾는데 불필요한 개인 정보가 사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갈 수 있다”라고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또 다른 데이팅 앱 ‘커피미츠베이글’(Coffee Meets Bagel)은 데이트 상대와 직접 만남을 갖기 전 어색함을 깨기 위한 비디오 채팅 기능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비디오 채팅 내용과 정보를 회사가 수집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커피미츠베이클은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는 문구를 넣었지만 맥도널드 연구원은 이 같은 모호한 문구가 최악의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감한 개인 정보까지 수집하는 데이팅 앱이 늘고 있는 가운데 데이팅 앱에 의한 여러 피해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는 성희롱, 인종 및 성차별 등이 있고, 심지어 데이트 폭력과 사기 등의 피해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사이버 보안 업체 ‘캐스퍼스카이’(Kaspersky)에 따르면 북미 지역 데이팅 앱 사용자 중 약 40%가 사기 시도를 경험했고 약 20%는 실제로 사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자 소송 잇따라


데이팅 앱의 불공정한 영업 행태에 불만을 품은 사용자들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다. 데이팅 앱 틴더, 힌지, 리그 사용자들은 모회사인 ‘매치 그룹’(Match Group)을 상대로 지난 2월 ‘약탈적인’ 영업 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따르면 원고 측은 매치 그룹이 데이트 상대의 정보를 숨기고 사용자들에게 프리미엄 기능 사용하도록 추가 비용 지불을 유도한 것으로 주장됐다. 원고 측은 또 매치 그룹의 데이팅 앱이 ‘로맨스’를 미끼로 추가 비용을 계속 지불하도록 하는 중독성을 유도하는데 이는 마치 컴퓨터 게임의 중독성과 비슷한 경험이라고도 주장했다.

데이팅 앱 업계는 이 같은 소송과 일부 사용자들의 불만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지만 이미 데이팅 앱 운영 방식을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시선은 싸늘해져가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데이팅 앱 사용자의 절반이 데이팅 앱 사용 경험이 부정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는 데이팅 앱을 통한 채팅 대신 직접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 추세다.

■민감한 개인 정보 공개 자제

낯선 사람을 처음부터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데이트 상대를 직접 만나기 전 데이팅 앱을 통해 서로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싶다면 데이팅 앱에 대한 리뷰와 해당 앱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부터 검토해야 한다.

▶데이팅 앱을 사용할 때 ‘링크드인’(LinkedIn)처럼 접근해야 한다. 링크드인은 비즈니스 인맥사이트로 이력 등 공개되는 개인 정보가 다른 사용자에게 전면 공유된다. 민감한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말고 일부 정보 공유 제한 기능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폰과 앤드로이드폰에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와 사진 등 개인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개인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웹브라우징 기록 추적을 차단하는 기능을 설정하면 스팸 메일이나 팝업 광고를 막을 수 있다.

▶ 데이팅 앱에 로그인 할 때 소셜 미디어 어카운트 사용을 피한다. 소셜 미디어 어카운트로 로그인하면 소셜 미디어상 개인 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 데이팅 앱이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오면 즉답을 피하고 신중하게 판단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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