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계의 감정을 노래하다

2024-04-26 (금) 하은선 기자
작게 크게

▶ 일렉트로닉 뮤직 선구자 ‘크라프트베르크’

▶ 5월 21일부터 디즈니 콘서트홀서 9회 공연

기계의 감정을 노래하다

2023 리우데자이네이루에서 열렸던 전설적인 독일 전자음악 그룹‘크라프트베르크’의 라이브 공연 장면. [LA필하모닉 제공]

기계의 감정을 노래하다

아우토반(시계 방향), 라디오-액티비티, 트랜스 유럽 익스프레스, 투어 드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직의 선구자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LA를 찾아온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창립자 랄프 휘터와 플로리안 슈나이더가 작곡, 제작, 녹음한 앨범 ‘아우토반’의 발매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크라프트베르크’ 콘서트 시리즈는 오는 5월21일부터 30일까지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9회 공연이 예정돼있으며 이미 전석 매진을 향해 가고 있다.

‘크라프트베르크’는 디지털과 컴퓨터 기술의 잠재력을 인식해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위한 사운드트랙을 만든 전설의 독일 전자음악 그룹이다. 음악과 공연예술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로 1970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랄프 휘터와 플로리안 슈나이더에 의해 결성됐다. 그룹명인 ‘크라프트베르크’는 독일어로 ‘발전소’를 뜻한다. 현재는 원년 멤버인 랄프 휘터를 주축으로 프리츠 힐페르트, 헤닝 슈미츠, 그리고 라이브 비디오 테크니션인 포크 그리펜하겐이 추가되어 4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콘서트 시리즈에서는 8개의 크라프트베르크 앨범이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을 총체예술의 정수가 담긴 축제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공연일정은 ▲5월21일 아우토반(1974) ▲22일 라디오-액티비티(1975) ▲23일 트랜스 유럽 익스프레스(1977) ▲24일 더 맨-머신(1978) ▲25일 컴퓨터 월드(1981) ▲26일 테크노 팝(1986) ▲28일 더 믹스(1991) ▲29일 투어 드 프랑스(2003)가 연주되고 매일 밤 전체 앨범 한 곡과 카탈로그에 수록된 추가 곡을 선보인다. ▲30일 열리는 9번째 공연은 크래프트베르크의 50년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획기적인 작품들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크래프트베르크는 1970년대 중반 혁신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스케이프’와 로봇 공학 및 기타 기술 혁신을 통한 음악적 실험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재 대중음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신디사이저의 전자사운드와 로봇 비트, 사람의 목소리를 기계화 시켜주는 이펙터인 ‘보코더(vocoder)’ 등을 1970년대에 처음으로 음악에 접목해 이를 대중화시켰다.

또, 라이브 공연에서 보여주는 영상을 비롯해 무대연출과 퍼포먼스, 앨범의 아트워크 등을 완벽한 구성으로 선보여 대중문화계를 넘어, 예술계 전반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2012년에는 3D 테크놀로지를 공연에 도입, 관객들에게 3D 전용 안경을 제공하고 사운드와 환상적인 영상을 동시에 선사하는 혁신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 공연은 ‘현대미술의 요람’이라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MoMA,Museum of Modern Art)과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열려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어 아카사카 블리츠(도쿄) 오페라 하우스(시드니),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LA), 루이비통 재단(파리), 노이에 국립 갤러리(베를린), 구겐하임 미술관(빌바오)에서 추가 공연이 이어졌다.

혁신적인 기법, 합성 보이스, 컴퓨터 리듬을 사용한 이들의 작곡은 일렉트로에서 힙합, 테크노에서 신스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들은 라이브 공연에서 인간과 기계가 각각 기여하는 바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보여주어 끊임없이 새롭게 도전하며 진화하는 아티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문의 www.laphil.com

<하은선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