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 간 예의와 존중 이해와 믿음이 중요

2024-04-25 (목) 유동숙 한미가정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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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바뀌면서 가족의 의미도 다양하게 바뀌어왔다. 누가 가족의 구성원인지, 어떻게 같이 생활하고 소통하는지 등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가족의 변천사 가운데 그 가족이 건강한지, 건강하지 않은지를 보는 척도가 있다.

첫 번째는 관계의 질이다. 가족의 관계가 평온하고 정돈되어있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고 서로 간 예의와 존중이 있어야한다. 적극적 의사소통이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평화롭게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짜증이 나는 순간, 그 감정의 이유를 생각, 분석해보고 그 이야기를 가족과 나누는 것이다.

자신의 상태를 가족의 구성원과 나눔으로써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믿음이 쌓이게 된다. 가족관계 안에서의 예의와 존중이란 적절한 거리유지를 이야기한다. 그 거리란 정신적,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다 포함된다. 서로가 다른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내 생각대로 다른 구성원을 판단하고, 지시하고, 바꾸려 한다면 그 관계의 질은 사라지게 된다. “내 가족이니까 이해해주겠지,” 혹은 “내 가족이니 내가 알아서 할거야”라는 사고는 가족 관계의 질에 위험신호를 보여준다. 내 소중한 가족이므로, 더 노력하고 귀중히 여겨야 한다.


건강한 가족의 두번째 척도는 가족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자원이 다 갖춰있는가 이다. 아이들이 갈 수 있는 학교, 직장, 의료서비스, 안전한 집, 아이들 방과 후의 법적인 돌봄이다. 이러한 자원들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고, 이것들이 없거나 얻기 힘들어질 때 가족에게 힘든 고난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가족은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단위이고, 가족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지역사회 또한 병들어간다. 가족을 이루고 살 때, 다양한 변화와 고비를 맞게 된다. 부부관계의 역동, 자녀의 탄생, 새로운 역할, 가족구성원의 질병, 법적인 문제, 역할, 관계상실 등이 있다. 이러한 변화들과 고비들은 힘든 시간을 가져오고, 가족들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문제에 반응하고 대처한다. 이러한 시기에 한미가정상담소를 찾는 가족은 다양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부부상담, 자녀교육, 부모교실, 지역사회 자원소개, 개인상담치료, 심리재활치료 등이 있다.

A씨는 18세 딸과 사는 한부모 가장이다. 1년 전부터 학교를 결석하고, 귀가시간이 늦는 딸이 걱정되어서 상담소를 찾았다. 남편을 팬데믹 때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상실감에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달라지는 딸의 행동과 생계에 대한 것이었다. 다행히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우울증 관리를 위한 심리치료를 권했고, 동시에 딸이 학교시스템 안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같이 찾아드렸다. 또한 카운티의 가족아동 서비스국에서 제공되는 경제적, 재활 서비스 또한 소개했고, A씨는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회계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듯이, 한 건강한 가정을 세우고 지키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과 기관의 관심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다. 건강한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질 때, 아이들은 사회 시스템 안에서 힘든 시간을 겪게 되고, 그러한 인생경로를 견뎌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도 슬프고 아프다. 한미가정상담소는 지역사회 안에서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과 장애들을 파악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동숙 한미가정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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