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대학가 휩쓴 반전 시위 얼굴 가리고 동참하는 Z세대

202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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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털기·취업 불이익 우려” 마스크·두건으로 신분 감춰

▶ “범죄자로 보여 위협적”반발도

미국 대학가 휩쓴 반전 시위 얼굴 가리고 동참하는 Z세대

각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지난 달 28일 UCLA 캠퍼스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 대학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신상 털기’와 같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시위에 동참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동부 아이비리그부터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전역을 휩쓴 반전 시위를 이끄는 학생들 중에는 마스크를 쓰거나 팔레스타인 전통 복식용 흑백 체크무늬 두건(카피예)을 얼굴에 둘러 착용해 신분을 가리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이는 1968년 미국 대학가에서 벌어진 베트남전 반대 시위 등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이들이 얼굴을 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이른바 ‘신상 털기’에 대한 우려다. 언론 보도나 SNS 등을 통해 얼굴이 알려질 경우 일부 친이스라엘 단체에 의해 ‘반유대주의자’로 낙인찍혀 자신들의 신상이 원치 않게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학생 운동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유학생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로 인해 취업이나 비자 발급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시위 참가자 전부가 얼굴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외부인의 개입 여부를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 조너선 그린블랫 최고경영자(CEO)는 “시위에 은행강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헌법상 권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행위를 하러 온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며 얼굴을 가리는 행위에는 “상대쪽을 위협하는 효과가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대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신상 털기와 괴롭힘이 만연하고 취업난도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시위 문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한편 미 대학가의 이번 시위로 체포된 인원이 UCLA 200여명을 포함해 약 2,200명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시위의 ‘진앙지’인 컬럼비아대에서는 경찰의 발포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뉴욕의 지역언론인 더 시티는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을 점거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당국도 총기 사용 사실을 확인했다. 뉴욕시 경찰은 성명을 내고 당시 한 경찰관이 해밀턴홀 1층에 있는 바리케이드에 접근하던 중 총에 부착된 손전등을 사용하려다가 실수로 총을 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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