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는 지역 사회의 공적 존재”

2024-04-17 (수)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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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립 52주년 맞이한 우리교회 양승원 담임목사

▶ 새로운 공유교회 비전 선포

“교회는 지역 사회의 공적 존재”
버지니아 페어팩스 스테이션에 위치한 우리교회VKBC(담임목사 양승원·사진)는 올해로 창립 52주년을 맞이했다. 양승원 목사는 “말 그대로 ‘우리’ 교회라고 불릴 수 있는 교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유교회’의 비전을 선포했다”면서 “오는 21일(일) 창립 52주년과 제2의 개척 11주년을 기념하는 감사예배를 드리며 지역사회 모든 분들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오늘날 교회가 지역사회와 분리되면서 새로운 교회와 신학적 교회론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공유교회와 공유목회가 시작됐다. 초창기 기독교가 들어왔던 시절에 교회는 학교, 병원, 고아원 등 공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교회는 그러한 역할을 놓치고 있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선교적 구호와 개별 교회의 성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회가 지역의 공적 역할을 포기한다면 이는 교회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되고 복음의 확신을 막는 것이다. 교회는 지역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적자산의 성격을 지닌다. 기독교의 시작부터 교회는 그 지역 사회의 공적 존재였다.

-이 시대의 교회론은?
▲공유교회는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가’에 답하는 교회다. 교회는 교회 자신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부름 받았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향해 구원을 선포해야 하고 교회 성장만을 위해, 몸집 불리기의 대상으로 세상을 보아서는 안 된다. 세상을 교회의 정복 대상이 아닌 교회의 이웃으로 보아야 한다.


-공유교회는 무엇인가?
▲교회 성장학에는 ‘Church In Church’라는 개념이 있다. 규모가 있는 교회가 교회의 일부 공간을 개척교회 또는 미자립교회에 내주는 것이다. 공유교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은 교회들이 독자적인 목회 철학과 사역 콘텐츠로 사역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Church By Church’의 개념이다. 공유목회는 제가 최근에 연구하고 있는 신학적 과제로 한국교회에서도 최근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다. 특히 펜데믹 이후 교회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미래 생존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공유교회의 모델은 어떻게 시작됐나?
▲공유교회의 모델은 벤처기업을 벤치마킹한 것 같다. 비싼 렌트비가 부담스러운 벤처기업들은 다른 회사들과 사무실을 공유한다. 미국의 ‘위워크’(We-work), 한국의 ‘카우앤독’(Co.W & Do.G) 등 창업과 사업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공유하게 되면 경제적 손실은 최소화되고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유교회는 공간을 마련하기 힘든 작은 교회들이 다른 교회와 협력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교회처럼 다양한 공간을 가진 교회가 다른 교회나 기관에 장소를 제공하고 또는 교회 시설을 다른 외부 단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 중개 플랫폼 ‘학교 공간 활용 나눔’(school sharing)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
▲교회에 대한 개념, 즉 교회론이 우리 현실에 맞게 바뀌는 것이다. 시대와 미래에 맞게끔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는 전통적인 교회론으로부터 전환을 이뤄야 하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펜데믹 이후에 보여지는 교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금이 바로 교회 변혁의 적기이다. 교회는 절대 우상인 아닌 변화의 대상이며 목회자 자신도 변화의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가르치는 대상에서 배워야 하는 대상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공유목회는 무엇인가?
▲공유목회는 리더십의 변화이다. 한인교회는 보통 시니어 목사가 모든 책임을 진다. 그러다보니 담임 목사가 교회의 모든 사역에 개입하게 되면서 수직구조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 담임목사가 갖고 있는 목회 리더십을 공유하는 것이며 이는 공유교회의 모습을 목회에 적용하는 것이다. ‘Pastor in Senior Pastor’가 아닌 ‘Pastor by Pastor’의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공유교회·공유목회의 비전은?
▲이민교회 가운데 건물을 마련한 교회는 10%도 되지 않는다. 이민자도 줄고 출석교인도 줄면서 교회 건축을 하거나 교회를 빌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이 바로 공유교회다. 건물을 가진 교회는 비용을 분담할 수 있고 다른 교회들과의 협력사역을 통해 선교에 대한 공존, 구제에 대한 공존도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서로 윈윈(win win)하며 교회들이 연합해 더 큰 사역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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