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 가곡도 들읍시다

2024-04-12 (금)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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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전 한국에 갔다가 가곡집 디스크 6개를 사왔다. 별 일이 없을 때는 아침 식사를 하고 실내를 걸으며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가사는 거의 ‘시’라 감동도 느끼며 이따금 글의 소재도 얻고는 한다. 가곡 중에는 가사가 잃어버린 조국을 님이라 부르는 노래가 많다. 또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왜 그렇게 많은지 이 가곡들이야 말로 불후의 명곡 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한국민족은 오랫동안 외침과 가난 속에서 살아오며 한이 많은 민족이다. 대체적으로 노래가 슬프다. 우리 민족은 흥도 많다. 그 흥을 돋우는 노래와 춤으로 슬픔을 극복하였을지도 모른다. 광복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으로 Jazz, R&B, Rock & Roll, Pop 같은 외래 음악들이 들어와 젊은층에 빠르게 퍼져 가곡의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옛날에는 유행가라 부르던 대중가요는 서민들이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것이 많다. 대중가요는 서민들의 정서에 맞아 그들의 생활의 아픔을 달래 주었다.

언제 부터인가 대중가요를 ‘트로트’ 라 부르게 되었다. Trot는 사전에 말이 빠르게 걷는 속보라 했고 춤의 스텝에 맞춘다는 뜻이라했다.
경쾌하게 춤을 추며 부르는 노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국제화 시대이니 한국의 대표적인 노래를 외국인에게도 알리고 싶어서인지 아리송 하다.

한국의 모 방송국에서 거액의 상금을 걸어놓고 트로트 경연전을 펼쳤다. 동요나 가곡을 불러야 할 아이들 입에서 사랑과 이별의 노래가 흘러 나오니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옛날과 다르게 쉽게 가수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드려야 할 것인가.

한국의 트롯 가수들과 일본의 ‘엔카’ 가수들이 경연을 펼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가사만 다를 뿐 트로트 나 엔카나 비슷한 노래였다. 한국의 대중가요의 시작이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았다는 전에 들은 풍문이 사실이였던가

K 팝이 세계 무대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노래를 통하여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한글과 영어가 섞여진 노래들이 한국 내에서 일반화 되어간다면 국적을 잃어버린 거리의 간판들과 함께 서글픈 일이다.

잊혀져가는 한국의 전통과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가곡을 더 듣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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