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생명언어의 장인이 되라’

2024-04-29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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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모시고 한 동안 국립암센터를 드나들었다. 담당의사는 전에 치료를 했지만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MRI를 찍고 다른 검사도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나는 지하층에 있는 촬영실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장작개비처럼 얇은 팔에 링거를 꽂은 남자가 놀이공원이라도 온 것처럼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며 지나갔다. “휠체어 초보입니다, 하하.”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휠체어를 밀고 있었는데, 그녀도 웃음을 터트리며 남편을 거들었다. “저희가 초보 운전이라서. 실례해요, 호호.” 두 사람의 언어의 센스는 어딘지 닮아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면 서로의 언어와 웃음은 은연중에 모방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한쪽이 자신의 기쁨을 가슴 깊은 곳에 새겨 넣는 것일까... (이기주의 ‘언어의 품격’ 중에서)

링컨이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다. 경쟁자인 스티븐 더글러스(Stephen Douglas)와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더글러스가 먼저 말했다. “여러분, 링컨 씨가 스프링필드에서 식료품 가게를 할 때 주법을 어기고 술을 판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상원의원이 될 수 있습니까.”


링컨이 말했다. “여러분, 더글러스 씨가 한 말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때 저의 식료품 상점 최고의 고객은 바로 더글러스 씨였습니다.” 청중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웃음이 진정될 무렵에 링컨은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저는 그 상점을 그만 둔지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글러스 씨는 지금도 그 상점의 최고의 고객입니다.” 이 유머하나로 링컨은 정적을 압도하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링컨은 원래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었다. 쉽사리 우수에 젖어드는 성격이 자신에게 불행이라는 것을 링컨은 잘 알고 있었다. 링컨은 이런 불행한 기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가지를 노력했다. 첫째, 성경과 양서를 많이 읽고 그 안에서 역경을 반전시키는 생명 언어를 얻었다. 둘째, 생명언어 공부를 통해 슬픔과 고통을 치유 받았다. 셋째,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면서 생명언어를 적극 활용했다.

하나님은 말씀(Logos)을 가지고 세상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말씀은 엄청난 생명 에너지의 보고(寶庫)다. 그 안에 신비한 힘이 있다. 하나님은 지금도 말씀으로 생명을 구원하고 치유한다. 사람의 말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언어의 쓰임에 달려 있다.

생명언어를 지닌 리더는 세 가지 유익을 누린다. 첫째, 불안과 좌절을 이긴다. 둘째, 부정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꿔 놓는다. 셋째, 창의적 유머를 창출한다.
성경은 말씀한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완고한 무신론자인 버트란트 러셀도 만년에는 하나님의 실존과 성경 말씀의 힘을 인정했다. “신이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한 삶의 목적에 대한 모든 질문은 무의미하다. 하나님 앞에 서면 먼저 언어가 변한다.” 당신은 리더인가. 무엇보다 생명언어의 장인(匠人)이 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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