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말이 값싸고 흔할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책임없는 말들을 소낙비처럼, 홍수처럼 마구 쏟아 놓는 것을 보면서 두렵기까지도 한다. 단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어도 또는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있을 때도 서로 자기 말만 옳다고 주장하느라고 상대방의 말이나 의견은 도무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이런 것은 모두 어리석은 일이라고 나는 생각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없으면 정말 자신의 말들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마주 앉아 있는 이들의 말이나 인격을 존중하지 않으려면 서로의 만남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어느 장소에서나 무슨 모임에서나 막론하고 유별스럽게 대단한 말로 언성을 높이며 분위기를 깨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정치인들이나 기독교 계통의 교육자들이나 최고의 권력과 인격을 모두 갖춘 이들이 다 모인 대단한 회의 석상에서도 의논이 아니라 각자 개개인이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인상을 쓰며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의 말만 내세우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지르며 떠드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말이 아니고 서로가 돌멩이를 상대방의 얼굴에 사정없이 던져 상처를 내는 느낌이 들어 매우 서글퍼질 때가 많이 있다.
어느 누구에게서 어떤 말이 튀어나왔건 상관없이 사람들이 뱉어내는 말에는 반드시 색깔이 있고 크고 작은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서 둥둥 떠다니다가 언젠가는 한번씩 터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가리지 않고 함부로 마구 쏟아내는 말은 너무 강해서 부딪혀 터지는 소리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놀라게도 하고 크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들이라도 말을 가리지 않고 이 말 저 말 다 쏟아 놓으면 인격과 교양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되고 그뿐 아니라 두 번 다시 그런 이들과는 마주 대하기도 꺼리게 되고 피하게 된다. 그런 이들이 정치 지도자가 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아무리 배운 것도 별로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더구나 사회에서는 아무 권력이 상관없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의 인격은 한층 더 높이 돋보이며 우러러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삶은 이른 봄에 돋아나는 새싹들의 고운 미소 같고 봄에 내리는 촉촉한 단비 같은 느낌이 들며 저 자연 속에서 다 함께 어우러져 들리는 아름다운 새들의 합창 소리와도 같다.
이런 사람들의 삶은 참으로 모든 것에 절제된 진실한 생활일 것이며 모든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인 것이다. 이런 이들이야 말로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도 되고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소통의 길잡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기독교에서 늘 가르치며 배우는 진리의 말씀 중에서 잠언서를 보면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잠언 3:5)”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언 10:19)”“세상에 금도 있고 진주도 많거니와 지혜로운 입술이 더욱 귀한 보배니라(잠언 20:15)”“입과 혀를 지키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환난에서 보전하느니라(잠언 21:23)”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잠언 25:11)”
정말 아름답고 귀한 말씀들이며 영혼에서 우러나온 시적인 진리이며 우리들의 마음을 능히 다스리고도 남을 성서의 말씀이다. 각 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이 말씀대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
김영란/두리하나USA뉴욕대표·탈북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