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정숙의 문화살롱

2024-04-09 (화)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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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작가는 아트바젤 홍콩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

▶ Art Basel, Hong Kong 2024 -Hong Kong Convention Center-

●도정숙의 문화살롱
제 11회 아트 바젤 홍콩이 지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연인원 관람객 7만 5천여명이 다녀갔다.
아트 바젤 홍콩의 프로그램은 홍콩컨벤션센터를 비롯해 도시 전역에서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아트 바젤과 지역간 긴밀한 대화를 이끈다.

대형 프로젝트를 큐레이팅한 인카운터스 섹터는 총 16개 작품으로 구성했고, 스와이어 프로퍼티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작가 양혜규는 실내에, 호주 작가 다니엘 보이드는 야외인 퍼시픽 플레이스에 작품을 설치해서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 부스에서 주제별 전시를 선보이는 캐비닛 섹터는 아시아 역사 및 컨템포러리 작품 솔로 전시에 중점을 둔 33개 프로젝트였다. 컨버세이션과 필름 섹터는 홍콩 문화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예술적 목소리를 내며, 아트 바젤의 개최 도시로서 문화 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세계 1위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는 이번 아트바젤 홍콩의 주인공이다. 이곳은 첫 날 미국화가 일레인 드 쿠닝의 회화 900만 달러, 필립 거스턴 작품 850만 달러, 마크 브래드포드 회화를 350만 달러에 판매했다. 다음 날에도 수십만 달러의 대형 작품을 판매해 저력을 과시했다. 데이비드즈위너 역시 캐서린 번하드 작품을 25만 달러, 스푸트 매거 갤러리에서는 230만 달러의 조지콘도 작품을 판매했고, 화이트큐브는 첫 날 10여 점이 팔렸다.

한국 갤러리는 올해 10곳이 참가했다. 최근 줏가를 올리는 작가들의 작품 판매가 이뤄졌다. 국제 갤러리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작가 김윤신의 작품이 거의 팔렸고, 양혜규, 강서경 등의 작품도 1억 원 이상에 판매됐다. 부산의 조현 갤러리는 글로벌 스타가 된 이배의 작품 3점을 인도의 컬렉터에게 보냈다. 작품 판매는 빈익빈 부익부였다. 메이저급 갤러리들은 여전히 판매가 잘되었으나 한 점도 판매하지 못한 갤러리도 많았다.

전시 분위기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가라앉은 편이다. 참가 갤러리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권의 홍콩 엑소더스 현상 때문이라고 전한다. 판매 부진 속에서도 불황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솔드아웃 되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가치가 확실히 입증된 작가의 작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갤러리 부스마다 단순히 잘 팔릴 것같은 작품을 선보이진 않는다.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을 내세워 해당 갤러리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작품 선정에 신중하다.

아트 바젤 홍콩은 지리적 특성상 한국 관람객이 많기 때문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많이 출연한다. 아트 바젤 홍콩의 총괄 디렉터 앤절라 리는 “많은 갤러리들은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할 때 다양성을 고민하는데 한국에는 다양한 담론을 작품화하는 작가들이 많다. 한국 작가는 아트바젤 홍콩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과거엔 단색화의 개척자가 많았고 오늘날엔 흥미로운 젊은 작가가 넘쳐난다. 한국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넓은 작가 스펙트럼이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 작가들이 이미 세계 시장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10여 년 전 아시아 미술 시장의 공략을 위해 아트바젤 홍콩이 출발했을 때 젊은 바이어들이 존재감을 알렸고 신세대의 우세는 아시아 전역의 새로운 추세를 반영했다. 홍콩이 기대를 받은 것도 아트 바젤이 진행되는 다른 지역인 바젤, 마이애미비치, 파리와 달리 젊은 콜렉터들이 대거 등장한 점이었다. 하지만 기대에 못미친 올해의 성적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탓인가 홍콩의 중국화에 대한 미술 시장의 우려 때문인가 한다.

분명한 것은 아트바젤, 프리즈 같은 글로벌 아트페어는 한 국가의 예술 발전과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작금의 홍콩 분위기는 어쨌든 넘어야 할 과정인지 아닌지 아트 바젤측이 앞으로의 향방을 심사숙고하게 되었다.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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