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 식목일 단상

2024-04-05 (금)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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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때 식목일에 나무 심으러 간 적이 있다. 뚝섬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니 농촌이었다. 논두렁 길을 지나 한참을 비탈길을 가니 학교림에 도착했다. 나무를 몇 그루 심고 나서, 삼립빵을 받아 점심으로 먹었다. 그 후,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가 학교림이었던 그곳으로 건물을 짓고 이사했을 때만해도 주위에 집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인구가 조밀한 강남의 대치동이 되었다.

1949년에 정부에서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고 해마다 나무심기를 장려했다. 하지만 나라가 가난했기에 농촌에서 산의 나무를 베어 연료용 장작으로 써서 나무가 많이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면적의 70퍼센트가 산지인데 유명산을 제외하고는 많은 산이 황폐했다. 외국에 갔다 오는 사람이 비행기가 일본 상공을 지날 때는 산이 푸르른데 우리나라 상공을 지날 때는 산에 나무가 별로 없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예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한 것은 신라가 문무왕 때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 세력을 몰아낸 날인 음력 2월 25일(양력으로 4월 5일)을 기념하여 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했다. 조선 성종 왕이 동대문 밖에 있는 선농단에서 밭을 갈고 나무를 심었던 날이기도 하다. 절기적으로 청명 전후로 나무심기 좋은 때이다.

내가 오래 전에 출장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나라들을 처음 가 보았을 때 울창한 숲이 많은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지난 수십년 동안 식목일을 준수하고 나무심기와 치산녹화 사업을 활발하게 벌여 왔다. 그 결과로 오늘날 우리나라 어느 산이나 푸른 숲으로 바뀌어 유럽의 나라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기쁘다.

세계적으로 무분별한 삼림 벌채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홍수와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여 위기를 맞고 있다. 몇년 전 4월에 서울을 방문하여 제3 한강교를 지나는데 몽골과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로 한강이 보이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겨울에 한국 방문시에도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로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 놀라웠다.
나무심기는 앞으로도 이산화탄소 줄이기와 함께 국내외적으로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해야 한다. 나도 1년에 나무 몇 그루라도 심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동참하련다.

존경하는 어느 분은 지구 녹화 사업을 위해 미국과 중남미 국가에 나무 1백만주 이상을 심었다. 앞으로도 나무를 꾸준히 심어 중남미 국가에 심은 모든 나무와 토지를 생전에 그 나라 정부에 무상으로 기증하겠다고 한다.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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