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형무 칼럼] 대통령 형사소추 면책특권 논의

2024-05-02 (목)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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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을 때 면책 특권을 갖느냐의 여부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2020 선거에 관련된 범죄혐의로 잭 스미스 특별검사에 의해 형사 피고인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이 대통령 재직시 한 행동에 대해 절대적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DC연방법원에 이어 항소법원에서도 이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자 연방 대법원에 상고한 것이다.

지난주 있었던 대법원 구두 변론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대통령이 재직중에 한 행동 중 사적 행위에는 면책 특권이 부여되지 않으나 공적인 행위에는 면책 특권이 적용되므로 먼저 의회에서 탄핵하고 결정되기 전에는 법원에서 형사 기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대통령의 공적인 행위에 면책특권이 있다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것은 아니다. 1982년 연방대법원에서 5대 4로 결정된 “닉슨 대 피츠제랄드 (Nixon v. Fitzgerald)” 사건에서 대법원은 민사 사건에서 대통령이 공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절대적 면책특권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민사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 것이고, 형사사건에서의 면책권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측은 이 결정이 형사사건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검찰 측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관련된 1974년 “미 합중국 대 닉슨 (United States v. Nixon)” 판결에서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사법절차로부터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면책 특권을 갖는다고 주장한 닉슨의 주장을 거부했음을 지적했다.

구두변론 중 판사들로부터 여러 가상적인 상황에 관한 질문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는 케이건 판사가 피고인측 변호인에 “만약 대통령이 군에 쿠데타를 지시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질문했다. 변호인은 그 것은 공적인 행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뜻은 의회의 탄핵, 즉 하원의 탄핵 소추와 상원의 유죄인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검찰이 형사 기소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분열된 정치권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뿐 아니라, 대통령이 이미 퇴임했다면 탄핵할 수도 없으니 결국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군주국가의 왕이라면 물론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면책 특권을 갖는다. 왜냐하면 군주국가에서는 왕에게 주권이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16세기 영국의 왕이었던 헨리 8세는 6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그 중 2 명을 사형시켰다.

왕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행동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었는데도, 오히려 일부 역사가들은 그가 영국을 로마 교황청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해서 발전의 기초를 쌓았다고 보기도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본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미국 헌법 전문은 “우리 미합중국 국민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은” 으로 시작된다.

검찰 측은 대통령에 완전 면책을 주게 되면 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뇌물이나 반역행위 심지어는 살인을 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인측은 면책 특권 없이는 대통령이 재임중 시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 퇴임후 정적들로부터 처벌받게 되는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현재 판사들의 성향으로 보아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해 적어도 부분적인 면책을 인정하는 다수 의견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계류중인 트럼프의 다른 형사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플로리다 재판에서 트럼프는 기밀문서를 포함한 대통령문서 무단 반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뉴욕주법원에서 재판 진행중인 트럼프 형사 사건은 주법 위반 혐의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연방 대법원의 면책 특권 유무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모든 형사 피고인은 법에서 정한 피고인으로서의 모든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 한다.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법 아래에 있는 사람”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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