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때 광고판, 지금 예술이 되다

2024-04-05 (금)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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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 루샤 회고전 ‘지금 그때’
▶LA카운티뮤지엄 7일 개막

▶ 소비 문화 도시 풍경 담아
▶옥외 광고판, 미술로 승화

그때 광고판, 지금 예술이 되다

에드 루샤 작품 ‘스탠더드 주유소’(Standard Station·1966) LACMA 소장 ⓒ에드 루샤, 사진 ⓒ Museum Associates LACMA

그때 광고판, 지금 예술이 되다

에드 루샤 작품 ‘실제 크기’(Actual Size·1962 LACMA 소장


LA를 중심으로 팝 아트를 선도한 에드 루샤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LA카운티뮤지엄(LACMA)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하는 에드 루샤 회고전 ‘지금 그때’(Ed Ruscha/ Now Then)이다.

오는 7일부터 LA카운티뮤지엄 BCAM 2층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아티스트 에드 루샤(1937~)와의 공동 작업으로 구상된 포괄적인 크로스 미디어 회고전이다. 60여 년간의 작가로서의 여정을 통해 그의 작업 방식과 친숙한 주제를 따라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그가 이룬 사회 공헌을 강조한다.

대형 옥외 광고판을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에드 루샤는 소비 문화와 대중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풍경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를 정의하는 몇 가지 속성을 예술의 주제로 삼아 꾸준히 미국 사회를 거울로 삼아왔다.


1956년 18세의 나이로 에드 루샤는 고향인 오클라호마 시티를 떠나 차를 몰고 LA로 왔다. 추이나드 아트 인스티튜트(현 캘아츠)에서 상업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그래픽 디자인 수업은 정확성과 균형에 중점을, 순수 미술 수업은 즉흥성과 제스처를 중요시하게 했다. 궁극적으로 이 두 가지 접근방식을 자신의 작품에 통합하여 회화적 구성 안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깔끔하게 배치했다. 이후 그는 주차장, 도시 거리, 아파트 건물 등 도시의 건축적 풍경과 구어체 언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번 회고전에는 유럽을 여행하며 제작한 초기 작품, 1970년과 2005년에 각각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초콜릿 룸’과 ‘제국의 과정’과 같은 설치 작품, 1965년부터 LA 거리를 끊임없이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1958년부터 현재까지 연대순으로 구성된 200여점의 작품과 함께 그의 60여년 작품 활동 중 잘 알려지지 않는 측면도 선보이게 된다.

에드 루샤는 50년대와 60년대 일련의 여행을 통해 간판, 건축, 일상적인 사물에 관해 첨예한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1954년과 1961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그는 하나의 단어를 크게 확대해 두껍게 칠해 간판처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속어인 ‘oof’(돈), 잘 팔리는 브랜드명, 만화 속 감탄사를 확대하는 작업이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실제 크기’(Actual Size)로 상하로 구분된 대작이다. 윗부분에는 스팸(SPAM)이란 글자의 상표가 크게 써 있고, 하단에는 ‘실제 크기’의 세밀하게 그려진 스팸 통이 로켓처럼 날아간다.

1965년 에드 루샤는 픽업트럭 짐칸에 타고 일어선 채로 선셋 블러바드의 모든 건물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이어 1970년대 그는 일상의 일부가 되는 장소를 사진으로 찍어 기록했고 부동산 사진처럼 보이도록 의도된 일련의 사진시리즈를 제작해 그 위치에 대한 설명을 붙여놓기도 했다.

미 서부 미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에드 루샤 회고전 ‘지금 그때’는 LA카운티뮤지엄과 뉴욕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한다. 전시는 오는 10월6일까지 계속된다. LACMA 주소 5905 Wilshire Blvd., LA 웹사이트 www.lacma.org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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