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언니야,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폴짝!

2024-03-29 (금)
작게 크게

▶ 김미라/버클리 문학회원

울 셋째 언니가 드디어 천생 연분을 만났습니다.

울 언니 용감한 돌싱이 된지 어느덧 30년, 힘들었던 첫번째 만남을 끝내기까지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을 때 이혼이라는 쉽지 않은 결심을 할수 있었던 힘은 바로 보석 같은 두딸!

칠 남매의 셋째 딸인 울 언니, 옛말에 ‘셋째 딸은 묻지도 보지도 않고 데려 간다’는 일등 신부감 나의 언니. 네 명의 딸 중에 제일 여성스럽고 아름다우며 착하고 옛날부터 어른들이 믿고 데려간다는 셋째딸이라는 든든한 추가 점수가 아니더라도 내 생각에 우리집 네명의 딸 중에서 최고의 신부감 임에 두말할 여지없는 사실은 천사표 우리 엄마를 꼭 닮았다는 것이다. 인물 좋으시고 마음씨 곱고 무엇이든 나누기 좋아하시며 일가 친척이나 이웃 누구에게나 덕인이셨던 우리 엄마. 그 고운 심성을 꼭 닮은 우리 셋째 언니.


하지만 어느날 불연듯 나타난 한 남자. 겉 보기에는 인물이며 훤칠한 키에 예의바르고 말솜씨까지 어디 내 놓아도 빠지지 않던 그 남자. 유별나게 온고하고 엄하시며 네 딸들 보호에는 그 어느 부모보다 서슬 퍼렇던 우리 아버지를 그 번지르르한 입담으로 홀려 셋째 언니를 쉽게 아내로 얻은 남자. 하지만 그 남자, 번듯한 겉과는 달리 매사에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애정 결핍증이 심한 중증 환자인 남자였다. 그의 겉과 다른 이중적인 본색은 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불과 한달도 안되어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가 왕이나 되는 듯이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언니를 종 다루듯이 시키고 아내라는 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함께 하는 가족이라는 것을 망각이라도 한 듯이 ‘남자는 왕 여자는 종’.

싸움 조차도 되지 않았던 일방적인 폭력과 믿기힘든 정신적 광기. 날마다 지옥이고 죽음보다 힘든 하루하루,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오직 두딸의 엄마라는 모성애로 참고 살다보면 ‘좋아 지겠지’ 숨죽여 눈물을 삼키기를 어언 몇년.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낌새는 없고 점점 심해지는 지옥에서 힘없고 나약하기만한 무능한 엄마. 어느날 한참 예쁘게 커가는 두 딸의 공포에 질린 눈동자에서 언니는 무능력하고 초라한 자신이 보였답니다. 이혼은 ‘자식을 위해서 안돼’ 생각했던 어리석음이 펑펑 쏱아지는 눈물로 씻기운 듯이 이혼은 ‘내 사랑스런 두 딸을 위해서라도 해야 해’로 결심을 하게 되어 힘들게 이혼을 하였답니다.

어언 30년 세월이 흐르고 두딸도 엄마도 서로를 함께 의지하며 힘이 되었던 많은 날들이 지나고. 지금, 두 딸에게는 좋은 아빠가 울 언니에게는 든든한 남편이, 드디어 울 언니 최고의 짝꿍을 만났습니다. 바로 동생인 제가 첫눈에 반한 “100점! 형부 랍니다”.

훤칠한 키도 번지르르한 말은 없어도 내 사랑하는 언니와 딱 맞는 짝꿍! 믿음으로 함께 키워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운 하루 하루가 얼마나 귀중한 지. 부활절을 보내며 “하나님, 울 언니 100점 울 형부 사랑으로 꼬옥 안아주세요”, “형부 언니 고맙고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