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행된 한국 국적회복 시행령에 따라 65세 은퇴 노인들이 줄지어 고국으로 돌아간다. 매년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국적 회복하는 데 어떤 제한이나 규제도 없다. 한국 정부도 은퇴한 교포들의 국적회복을 환영한다. 이민 역사가 우리보다 긴 유럽 국가들은 일찍부터 시행해온 제도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살기에 만만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난해서 SSI를 받는 노인은 미국에서 사는 게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낫다. 미국에서 사는 가난한 노인은 적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기초연금으로는 기본 생활이 되지 않는다.
역이민자들은 한국에 살 집을 장만하고 나면 생활 유지비가 들어간다. 그중에는 건강보험료를 내야하는데 건강보험료는 재산에 근거하기 때문에 소유한 부동산에 따라서 책정되는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병원비 무상’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병원에 갈 때마다 내는 비용도 쏠쏠하다. 기본 치료로 들어가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은 물가가 비싸서 식료품 가격이며 외식비, 문화 생활비까지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중이나 복수국적이 받는 불이익이다. 미국 교포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면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인이 미국 시민권을 받으면서 ‘모국에 대한 충성심을 완전히 그리고 철저하게 포기한다’ 라고 선서해야 한다. 양국에서 요구하는 서약서나 선서의 의미는 동일하다.
미국에서 이중국적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합법도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이중국적을 묵인 내지는 허용은 하되 인정은 하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유경저 ‘이민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2011년 북산책)
미국인들 대부분은 온전한 미국 시민권자다. 그러나 개중에는 불온전한 시민권자도 있다. 이중국적자가 불온전한 미국 시민권자에 속하지만, 그것도 케이스에 따라서 다르다. 본인이 직접 모국 여권을 발급 받지 않는 한(미성년자) 자신은 온전한 미국 시민권자다. 그러나 본인이 이중국적의 상태를 이용해서 모국 여권을 발급 받는다면 불온전한 미국 시민권자가 된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불온전한 미국 시민권자이다.
온전한 시민과 불온전한 시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를 게 없다. 한 예로 한국계 미국 여기자 유나 리, 재미교포 로버트 박, 케네스 배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되었을 때 미국 정부가 석방외교를 펼치거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직접 평양에 가서 풀려나게 한 것은 그들이 온전한 미국 시민권자였기에 가능했다. 만일 그들이 이중국적자였다면 외교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재고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1997년 대한항공이 괌에서 추락했을 때 대한항공은 보상금으로 사망자 1인당 2억5,000만원(20만 달러)씩 지급했다. 이중국적자일 경우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온전한 미국 시민권자일 경우 미국 법정에서 해결할 수 있고, 미국법에 따라서 보상받았다. 한국법정에서 한국인에게 지급한 금액은 20만 달러였는데, 미국에서 유가족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150만 달러였다. 단순히 미국 시민권자와 이중국적자의 차이로 배상금이 7배나 넘게 지급되었다. 역이민을 염두에 둔 사람은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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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