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데스 밸리 미국립공원

2024-03-28 (목)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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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에 걸쳐 있는 데스 밸리(Death Valley) 미국립공원을 간다. 라스베가스에서 차로 2시간을 달리니 서부영화에서 본 듯한 광야에 Death Valley National Park 이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매우 덥고 건조한 곳으로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에서 가장 큰 면적이 330만 에이커나 되는 국립공원이다. 1913년 7월 10일, 화씨 134도(섭씨 56.7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해마다 백만여 명의 방문객이 이 국립공원을 찾아온다.

무인 입장료 지불기에 30달러를 내고 입장권을 사서 차의 대시보드에 놓았다.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많은 굴곡이 주름을 잡은 듯한 언덕과 산줄기들이 분홍색과 회색, 자주색을 띄고 있다. 오른 쪽 멀리 보이는 푸른 강이 그림같다. 아마르고사 강이다.


아티스트 팔레트(Artist’s Palette)에 가니 고동색, 분홍색, 초록색, 보라색 등 다채로운 색의 바위들이 화가의 팔레트처럼 모여있다. 내츄럴 브릿지(Natural Bridge)를 보러 걸어가는데 땅에 바위의 퇴적물인 들쭉날쭉한 돌과 거칠은 모래가 많다.

2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이나 걷는데 평지보다 운동이 많이 된다. 주위에 지질 형성을 볼 수 있는 지층들이 많다. 내츄럴 브릿지는 고대로 부터 바위와 자갈과 물에 잠겨진 침전물로 형성됐다.

배드워터 분지(Badwater Basin) 주차장에 주차하고 밖으로 나오니 해수면(Sea Level)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소금밭까지 왕복 1.9 마일 거리로 35분 정도 걸리는 탐방로가 있어 걸어간다. 길 양 옆으로 삽으로 파엎은 모양으로 소금이 섞인 흙이 넓은 땅에 널려있다. 길 끝에 가보니 소금밭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펼쳐진다.

멀리서 보면 언 강에 눈이 덮인 것 같으나 실제는 지면 위에 있는 두꺼운 소금층이다. 아마르고사 강의 끝이 배드워터 분지이며 호수가 메말라서 생긴 곳이다. 북미 대륙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해수면보다 282피트(86미터) 낮다. 블랙 마운틴에 있는 단테스 뷰(Dante’s View) 전망대에서 흰 눈이 덮인 높은 산 봉우리와 모래언덕의 대조적인 광경을 본다.

1849년 동부에서 황금을 찾아 험준한 언덕과 산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을 지나던 유럽계 미국인들이 폭염으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불렀다.

1천여년 전부터 이 지역에 살아온 팀비샤(Timbisha) 원주민들은 이 곳을 계곡과 모래언덕과 산으로 둘러 싸인 곳이라는 의미인 tupippuh 라고 불러왔다. 이곳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 관한 곳이고 영적으로 그들을 치유해온 곳이라고 한다. 나는 그들의 견해에 공감한다. 나아가 이 국립공원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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