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워싱턴한인복지센터 50년 스토리 ③

2024-03-24 (일) 헤롤드 변 9대 이사장(2010, 1-20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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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곡진 복지센터의 역사에 함께 했던 시간들

내가 워싱톤한인복지센터(당시 봉사센터)의 이사로 영입이 되었을 때가 1998년이니 벌써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50년 역사의 절반을 함께 했으니, 현역 이사 중에서 나만큼 많은 이사들과 여러 총무들과 일을 한 이사도 드물 것이다.

오랫동안 복지센터의 이사로 있으면서, 참 놀라운 것 중의 하나는 복지센터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정말 다양한 재능과 은사를 가진 이사들이 복지센터의 발전에 각각 이바지해 왔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쯤에서 나의 은사와 재능이 무엇인지를 설명을 해야할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한인 및 이민자들의 정치력 신장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주류사회의 정치인들과 정부 고위 공직자들과 좋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내가 복지센터에 영입되게 된 경위부터가 나의 이러한 은사가 당시 복지센터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그 당시 총무로 있던 최경수 박사의 추천으로 복지센터 이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를 영입한 이유가 그 당시 복지센터가 재정 문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 나를 통하여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다고 한다. 


내가 복지센터에 들어오기 전에 당시 Fairfax County Chairman of Supervisors였던 Tom Davis 와의 친분관계를 통해 북버지니아 한인회와 노인회가 페어팩스 카운티로부터 Winston 중학교 건물을 기증받아 사용하게 한 전력이 있으니, 그런 기대를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당시 복지센터는 예산 부족으로 직원들 월급도 제때 못 주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복지센터 이사로 들어와 제일 첫번째 한 일이 몇몇 정치인들의 도움을 받아 Fannie Mae에서 5만불의 grant를 받아낸 것이었다. 당시 복지센터의 예산이 50만불을 약간 웃도는 상황이었으니 5만불은 정말 큰 돈이었다. 더욱이 그 5만불이 2024년 현재 약 80만불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복지센터의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시작하게 한 출발점이 되었으니, 그 의미는 뭐라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하겠다.

내가  이사장이 된 것은 복지센터에 봉사한 지 10년이 넘은 후인 2010년이었다. 그리고 나의 은사를 사용하여 복지센터를 위기에서 구하게되는 사건이 다시 발생하였다.

복지센터는 1998년 처음으로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그랜트를 받기 시작하면서, 전직 이사장들과 직원들의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페어팩스 카운티,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등에서 그랜트를 받으며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확장해가고 있었다. 에스더 박 총무가 연방정부로 들어가면서 공석이 된 총무 자리에 이미 기관에서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고 있던 조지영 공중보건학 박사를 채용하였고, 직함을 총무에서 사무총장으로 격상시키면서, 기관의 체제를 정비하고, 조사무총장 및 리더쉽이 있는 직원들과 함께 그랜트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2012년 하루 아침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그간 받아오던 7만 2천불의 사회복지 관련 그랜트가 전면 삭감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 기관들과 오랫동안 일해왔던 나의 경험으로는 경제가 힘들어져서 정부가 예산을 삭감해야할 때는 제일 먼저 삭감하는 것이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었다. 그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결정이 재고되기를 기대하며, 조지영 사무총장과 함께 페어팩스 카운티 군수와 그랜트 관리자들과 여러번 미팅을 하기도 하고, 사방팔방으로 자구책을 찾고자 애를 썼다. 또한 몽고메리 카운티 군수와도 여러번 미팅을 갖고, 한인사회의 어려움을 알리고, 이러한 지역사회 주민들을 돕기 위해 복지센터에 대한 후원금을 증가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일이년 후에 양쪽 카운티 모두에서 더 많은 그랜트를 받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그랜트를 받게 되는 과정에도 부단한 정치적 노력과 전문적인 그랜트 작성이 함께 가야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4백만불의 예산을 가지고 30명의 전문적인 직원들이 아시안 이민사회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 일하고 있으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헌신적인 이사들이 자신의 재능과 은사를 가지고 대가없이 뒤에서 열심히 복지센터의 미션을 성취하기 위해서 힘써왔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면서, 이처럼 헌신적이고, 다양한 재능과 은사로 복지센터의 50년을 끌고갈 귀한 이사들이 구름같이 일어날 것을 기대해본다.

<헤롤드 변 9대 이사장(2010, 1-20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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