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농식품부는 K푸드 플러스 수출확대 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 K푸드 플러스는 우리나라 농식품에 농기자재·펫푸드·스마트팜 등 농식품 관련 산업까지 합친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K푸드 수출액은 16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농식품 산업을 수출전략산업화해 올해 18조 원, 2027년 30조 원의 수출액을 목표로 총력을 다 하기로 했다.
품목별 농식품 수출액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라면 수출액은 1조 2,000억 원에 달했다. 김도 1조 원을 넘었다. 즉석 밥과 냉동 김밥 등 쌀 가공식품 2,890억 원, 만두 878억 원 등 농식품 수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K푸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김치 수출액은 2,000억 원 정도로 라면이나 김보다 적다. 김치 수출액도 매년 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식품이라는 점에서는 수출액이 생각보다는 적은 편이다.
K푸드 수출이 급증하는 데 K컬처가 크게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K팝 아이돌들, 그리고 K드라마 등을 통해 소개되는 한식에 매료된 외국인들이 K푸드를 찾기 때문이다. 그러면 김치는 왜 K푸드 대표임에도 수출이 적을까.
필자의 미국 친구는 오래전 이런 얘기를 했다. 김치를 좋아했던 친구는 한인 마트에서 구입한 김치 한 통을 냉장고에 보관 중이었는데 함께 사는 여자친구가 처음 보는 것이 궁금해 통을 열었다가 그 오래된 김치 냄새에 기겁하고 다퉜다고 한다. 우리가 발효가 많이 된 고약한 냄새가 나는 프랑스 치즈를 먹을 때, 서양인이 우리나라의 푹 삭힌 홍어를 처음 먹을 때의 느낌과 같은 경우일 것이다. 만약 그 여자친구가 김치에는 장 건강에 좋은 박테리아가 풍부하고 식이섬유와 비타민 등이 풍부한 최고 건강식품임을 안 상태에서 알맞게 익어 싱싱 상큼하고 아삭아삭한 김치를 맛봤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와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김치·불고기·비빔밥과 같은 전통적인 요리부터 치킨, 튀김 요리, 냉동 김밥, 그리고 현대적인 퓨전 음식까지 다양한 K푸드가 맛의 다양성과 건강에 좋은 이미지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한국 음식 관련 TV 프로그램 및 영상 콘텐츠의 인기,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레시피 공유 등을 통해 K푸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K푸드는 더욱 다양화되고 현지화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문화와 입맛을 가진 세계인들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현지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현지 음식 문화와 입맛에 맞게 결합된 퓨전 음식을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양성을 확장해야 한다. 김치 피자, 김치 스파게티, 김치 리소토 등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히 지속 가능하고 환경 및 생물 친화적인 식재료를 사용하고 첨단 생명공학 기반의 건강 증진 영양소들이 추가된 맞춤 영양 음식을 개발한다면 K푸드는 세계 최고로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생명공학, 정보기술, 신소재 과학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를 융합해 식품의 생산·가공·보존·유통·소비 등 식품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고 버려지는 양을 줄여야 한다. 또 가축 기반의 육류 대신 세포배양육과 식물 기반 대체육, 카로테노이드 등 미생물 기반 생산 기능성 소재들의 생산 및 응용, 식품의 3D 프린팅, 환자·군인 등 직업별 및 연령별 맞춤형 간편식, 음식 부산물들의 업사이클링 등을 통해 다양한 혁신 제품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레시피 추천, 소셜미디어와 가상현실을 통한 요리 학습 체험, K컬처와의 더욱 강력한 융합, 그리고 효율적 배송 등 다양한 기술, 마케팅 및 물류 혁신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K푸드는 맛있는 건강식, 다양화, 현지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가치사슬 전반의 최적화를 이뤄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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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