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오고 가는 4계절

2024-03-07 (목) 송영옥 / 뉴저지 이스트하노버 독자
작게 크게
날짜도 잊고 살고있는 요즈음 4계절이 있는 곳에 살고있는 덕분에 체감으로 세월과 시간을 느낀다. 엄동설한 속에 어김없이 새해는 찾아오고 집안에서 칩거하는 나와는 다르게 찬바람과 눈 무게로 여기저기 가지를 끊어 버리며 의연히 버티고 있는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오물조물 아지랑이처럼 새싹이 솟아나는 봄이 온다.

해동된 땅속에서 새싹이 머리를 내밀고 나오면 해방된 기분이 든다. 작은 꽃밭과 텃밭은 자유로운 영혼이 싹트는 곳이다. 흙 속의 특성을 잘 안다고 시위하는 잡풀과 한송이 꽃을 심기 위해 영토싸움을 벌인다. 땅뺏기 하듯 뿌리내린 잡풀들을 땀을 흘리며 뽑아냄과 동시에 마음의 잡념도 버린다.

서리 올 때까지 화려하게 피는 일년생 화초를 심으면서 기운이 솟는 마음이 행복인 것 같다. 정원 주위로 깻잎과 금잔화를 심으면 한여름 모기 퇴치에 약간 효능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땡볕을 즐기며 화려한 꽃잔치를 펼치면 나도 이러한 한창때가 있었나 생각도 들고 보며 즐길 수 있다는 여유만이라도 감사할 뿐이다.

요란한 숲속의 풀벌레 소리가 가을을 알린다. 만추가경이라 아름다운 단풍이 흩날리고 한방의 서리가 화려한 꽃밭을 초토화시키니 해탈의 모습으로 떠나야 하는 삶의 순리를 일깨워 준다. 4계절은 오고 가고 삼라만상도 소생하고 소멸한다.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일상이지만 새로운 시간을 맞으며 모나지 않게 자족할 수 있도록 기대와 희망을 품어본다.

<송영옥 / 뉴저지 이스트하노버 독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