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수 없이 많은 결정을 한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어느 계산대가 줄을 덜 설 거 같은 지도 결정한다.
평생에 가장 큰 자산인 집을 사거나 팔 때도 어느 집을 사는 게 좋은 지, 또 언제 파는 것이 좋은 지 결정한다. 물론 결정하는 최우선 순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돈이 되기도 하고, 윤리가 되기도 하고 또 의리가 될 수도 있다. 같이 사는 부부간엔 소위 그 놈(?)의 정 때문일 때도 많다.
직업이 부동산 에이전트인 필자는 최근 한국에서 파견 나오는 손님으로부터 3년간 살 집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이런 문의가 오면 필자 나름대로의 공식과 순서가 있는데, 집을 선택하는 우선순위를 물어본다.
한국 분들은 다 비슷해서 밝고, 가능하면 마루, 부엌이나 화장실은 깔끔하면 좋고, 안전, 예산, 교통, 학군 등이다. 가끔은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물어본다. 당연히 물어볼 것들이다. 그럼 손님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 리스트를 뽑아서 보낸다. 맘에 드는 집은 항상 비싸기 때문에 그 때부터 손님은 어느 것을 취하고, 어느 것을 버려야 할 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이 손님이 우선순위로 꼽는 조건에 맞는 집 몇 채를 보여줬다. 집만 본인의 조건에 맞으면 렌트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손님이다. 금액이 높은 집을 거래하면 필자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당연히 더 높다. 아닌 집을 걸러내니, 손님이 맘에 드는 집 2채가 남았다. 손님은 최종 결정을 전문가인 필자에게 의존한다고 했다.
내가 살 집이면 입주 후 집이 맘에 들어도 또 안 들어도 내가 감당하고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결정을 도와달라는 손님의 부탁은 필자에게도 꽤 큰 고민인데, 이 역시 오랜 경험에서 나온 관성적인 해법이 있다. 필자도 필자 나름대로 결정하는 흔들리지 않는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손님의 상황과 입장에서 어느 집이 손님에게 더 적합한 것인가를 손님에게 빙의해보는 것이다.
내가 매 순간 결정하는 우선순위는 나에게 이익인가 아니면 손해인가를 가리기 보다는 내 양심이 편한지 아니면 불편한지이다. 그렇다고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결정하는 삶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양심은 다 다르며 건강하고 다양한 색깔의 양심은 우리 사회를 보다 다채롭고 흥미롭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손님에게는 더 비싼 집이 아닌, 손님의 조건에 더 적합한 집을 추천했고, 지금 진행 중이다.
문의 (703)625-9909
<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