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인 불법이민 러시

2024-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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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의 다운타운. 한 허름한 여인숙 벽에 중국어로 쓰여 진 이런 노트가 붙어 있다. ‘내일 콜롬비아로 떠남. 동반자 구함.’ ‘짐을 포함한 패키지로 파나마 정글을 통과하는 비용은 미화 1,700달러.’ 그 옆 다른 광고 전단에 쓰여 진 문구다.”

이코노미스트지 보도로 스토리는 이렇게 이어진다. “젊은이, 노인, 아이들이 딸린 가족. 저마다 커다란 백 팩을 짊어지고 헤매고 있는 수많은 중국인들. 그들의 한결 같은 목적은 새로운 삶을 찾아 어떻게든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35세의 싱 웨이센도 그 중의 하나다. 그가 에콰도르에 온 목적은 다른 게 아니다. 미국에 들어갈 길을 찾기 위해서다. 에콰도르는 중국인들이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나라이고 미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그는 이곳으로 왔다.


싱의 중국에서의 삶은 절망적이었다. 2020년 그의 부모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가진 돈을 모두 부모님 치료에 써 말 그대로 땡전 한 푼도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정말이지 그 때서야 중국은 아무 사회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사회라는 것을 실감했다.” 싱의 말이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스포츠 용품 판매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으나 ‘제로 코비드’ 정책 때문에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싱은 미국행을 결심했다. 90년대,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장 좋은 시대에 출생한 세대로서 미국은 그에게 기회의 나라로 생각돼 왔었다.

수차례 관광비자로 미국입국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부되자 싱은 마침내 멕시코와 접한 서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미국이민 루트를 이용하고자 에콰도르로 날아 온 것이다.

그가 택한 코스는 콜롬비아와 파나마 국경지대에 있는 ‘다리안 갭’이라는 죽음의 정글을 넘는 험난한 코스다. 이 루트는 베네수엘라 난민 등이 캐러밴을 지어 미국으로 가는 루트로 미국 국경까지의 거리는 5,000 여km, 한 달이 넘는 긴 여정이다

이 ‘다리안 갭’을 통과한 중국인은 2021년에는 200여 명에 불과 했다.(파나마당국 공식발표) 그러던 것이 그 2022년에는 10배, 2023년에는 20배로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다.

이곳으로 오는 중국인들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중산층 출신이 대부분이다. 자영업자, 교사, 한의사, 요리사까지 그 직업도 다양하다. 나이는 30~40대가 주류로 어린 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다수이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을 선택하는 지하교회 출신도 많다.

중국의 부유층들은 합법적으로 투자이민을 통해 북미,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지로 이민을 간다. 중산층들에게는 그런 이민 루트가 사실상 봉쇄 돼있다. 때문에 상당수가 험난한 ‘다리안 갭’ 통과를 마다 않으면서 멕시코 행을 택하고 있는 것.


그러면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멕시코를 통한 미국입국을 시도하고 있을까. 미국관세보호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시도하다가 체포된 중국인 수는 3만7,43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689명)의 50여배, 2022년(3,818명)의 10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무엇이 그러면 그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나.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굳어지면서 권위주의 식 사회통제가 부쩍 강화됐다. 그런데다가 ‘제로 코비드’정책 이후 중국의 경제난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러자 부유층부터 중국을 등지기 시작했다. 자산규모 100만 달러가 넘는 중국 고액 자산가 1만3,500명이 이민을 떠났다는 한 영국 계 투자이민 컨설팅업체의 보고가 그 단적인 예다.

왜 떠나는가. 재차 질문을 던져본다. ‘중국은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앞서 인용된 싱 웨이센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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