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살인·도둑질·거짓말의 인과응보

2024-02-21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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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때의 당신하고 성장한 지금의 당신하고는 같은 사람인가 혹은 다른 사람인가? 같다고 하면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다르다고 하면 같은 점이 또한 많다.

불교에서는 ‘같다’ 혹은 ‘다르다.’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연속성을 말한다. 어린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노인이 된다. 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는 것이다. 씨하고 나무는 다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같은 것도 아니다. 연속되어 있는 것이다. 죽으면, 죽음도 오래 가지 않는다. 얼마 동안 죽어 있다가 다시 태어난다.

부처가 깨치고 보니,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다 인과(因果, 원인과 결과)에 의해 운영되어 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게 연기법(緣起法)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없어짐으로 저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게 인과응보이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 있었던 당신하고 미국에 와서 살고있는 지금의 당신은 같은 사람인가 혹은 다른 사람인가? 이것도 서로 연속되어있는 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전생(前生)이 있다고 믿는가? 혹은 안 믿는가? 전생이 없이, 뜬금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고 있는가? 여기 나무가 하나 있다. 이 나무가, 전생이 없이, 뜬금없이 생겨났다고 믿는가? 혹은 인연 따라 생겨났다고 믿는가? 전생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있는 것이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총명하고, 부지런하고,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이민 와서도,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개는, 계속해서 총명하고 부지런하고 그리고 돈을 잘 번다. 한국에서 살인하고, 사기치고, 도둑질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은 미국에 와서도 계속 똑같은 나쁜 짓을 하면서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경찰에 체포되지 않았다고 해도, 미국에서 체포되어 한국으로 보내져, 한국에서 처벌을 받기도 한다.
부처는 “만일 살생·도둑질·거짓말을 하면, 죽음 후, 3악도(동물·아귀·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만약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병이 많고, 단명(短命)하고, 가난하게 태어나며, 남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짧게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 다 전생에 살생을 많이 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하여튼 살생을 많이 했다면, 다른 인간이나 동물의 생명을 죽였으니까, 그 대가로, 현생에서 자기 목숨이 짧아지는 것이다.

독재자들은 국민을 억압한다. 정적들을 죽인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다. 부정으로 돈을 축적해서 호화롭게 산다. 옆 나라를 침범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한다.
어떤 독재자는 현세에서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기도 하지만, 많은 독재자는 죽을 때 편안하게 죽는다.

편안하게 죽었다고 해서, 그가 저질렀던 모든 잔악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후생(後生)에 가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이게 인과응보이다.

만약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목숨이 짧거나 병이 잦거나, 가난하게 살거나, 남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된다. 이게 인과응보이다. 후생에서, 남으로부터 좋은 소리 들으면서, 부자로서,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살생·도둑질·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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