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한항공 합병, 꼭 좋기만 할까

2024-02-21 (수) 남상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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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좋아지는 걸까?”

국적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승인 문턱을 넘고 미국 당국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LA한인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이다.

미국 법무부의 승인을 받게 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한 뒤 2~3년 내 통합된 대한항공으로 거듭나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글로벌 대형 항공사 사이에 인수와 합병 역사 속에 기록될 만한 빅딜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할 경우 글로벌 7위의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가 될 전망이다.


양 국적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중복 노선 정리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을 줄이고 탑승률 상승에 다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결국 경쟁력 개선으로 LA 한인들을 포함해 승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앞서 LA 한인들의 합병에 대한 반응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보다는 “과연 그럴까?”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LA한인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슈는 항공료 인상 가능성이다. LA노선을 포함해 미주 노선의 점유율이 높은 두 국적항공사의 결합이다 보니 항공편 축소와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 반납이라는 조건들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의 미주 노선 항공 여객수는 536만4,402명이다. 이중 대한항공이 265만6,969명(47.16%)으로 압도적인 1위였고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111만4,804명(19.61%)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체결한 델타항공의 78만3,770명(13.91%)까지 더하면 기업결합 심사 대상인 이들 3사의 미국 노선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80.86%에 달한다. 항공편 축소와 슬롯 반납 요구를 조건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렇게 되면 좌석 공급 수가 줄게 돼 항공 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되고 나면 한인들의 항공 요금 선택폭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 상중하의 3단계 항공료 선택에서 비싼 대한항공과 덜 비싼 에어프레미아의 2개 가격대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대한항공이 대체 항공사로 제시한 에어프레미아의 여객 수송 역량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에어프레미아가 보유하고 있는 기재는 보잉787-9 드림라이너 5대로, 현재 5개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오는 5월 중순부턴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나설 예정이어서 항공기 5대로 6~7개 노선을 커버해야 할 상황이다. 무리한 스케줄에 항공편 지연이나 결항 사태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LA여행업계에서도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국적항공사가가 3개에서 2개로 줄면서 항공권 공급처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또한 메가 캐리어의 항공권 가격 결정력이 더 강해지면서 여행업계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불만의 또 다른 요소다.

마일리지 문제도 LA 한인들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사는 통합이 되더라도 2~3년 간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독립회사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마일리지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소진을 위한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한인들의 의견이 많다. 그간 한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미주 지역에선 거의 없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대한항공으로 전환되더라도 마일리지 교환 비율이 1:1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여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소유하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불리한 점이 아닐 수 없다.

한인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국적항공사의 합병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메가 캐리어가 말로만, 매출 외형으로만 ‘대형’이 아니라 비록 소수 고객에 불과하지만 국적항공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LA한인들의 우려하는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하는 내적으로도 ‘대형’이 되는 메가 캐리어를 기대해 본다.

<남상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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