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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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

2024-02-20 (화) 변정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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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인지 추락인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가을의 변두리
저마다 다른 속도로
떨어지는 이파리들
마지막 날개 짓
그 퍼덕임을 보았다

더러는 떨어지고 더러는 날아오르면서 떼 춤을 추다가
끝끝내
길을 지우고
흙에 안기는 얇은 생
그 바스러짐을 보았다


허무인지 해탈인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숲에는 무수한 질문들이 날아 내리고 포개지고
난장이었다
산은
산이어서
묵묵부답(默默不答)이다

<변정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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