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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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이 아침, 샛 빨간 동백꽃 한송이 되어 오신 나의 선생님!

2024-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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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라/ 버클리 문학 회원

난 왠지 2월이 좋다
“괜찮아!”이제 막 새해도 한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위로가 있어 좋고 “이제 부터 해보는 거야!”라는 올해도 아직 11개월 씩이나 남아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더욱 좋아한다.
2월은 만물을 움 틔우는 봄도 아니고 열열한 여름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결실 맺는 가을 또한 아니어서 어쩜 매력없는 계절이기는 하다. 그래서인지 2월은 일년 365일중 가장 짧은 날수를 배정 받은 건 아닐까.
그러나 사실 혹한의 계절을 이겨내야 새봄을 맞이 할수 있듯이 가장 근본적 시련을 이겨내고 만물을 소생시키기 위해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듬직한 계절은 역시 2월이 아닌가 싶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2월을 특히 좋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 가족은 12년전 그 눈 많이 내린다는 미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이곳 켈리포니아로 이사를 왔다
큰 아들 한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첫번째 목적 이긴 했지만 내심 캘리포니아엔 한인 사회가 많이 활성화 되어있으니, ’거기에는 문학 동아리가 있을거야’ 하는 나의 들뜬 마음이 한 몫 더한 덕분에 우리 가족은 일사천리로 이사를 결행했다

나는 미처 이삿짐을 정리하기도 전에 우선 문학 동아리를 찾아 나섰다. 이사온 다음날이 마침 일요일이라 성당을 갔다. 새 신자 등록을 하고 첫 미사후 사무실을 찾아가 혹시 문학 하시는 분을 찾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감사하게도 사무장께서 흔쾌히 이 분이 잘 도와 주실거라며 쪽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셨다. 어찌나 기쁘던지 성당 사무실 앞 벤치에 앉아 전화를 걸었다. 역시 듣던데로 반갑다며 지금 당장 시간이 있으면 당신 집으로 오라시며 주소를 알려 주셨다. 난 주저없이 선생님 댁으로 향하며 ‘아, 드디어 내 희망의 문이 열리는구나’내심 기뻤다. 처음 찾아간 선생님네 아파트 담장에는 온통 샛빨간 동백꽃이 만발해 있었다 .

“김 관숙 (크리스티나) 소설가” 나의 선생님
12년 전,우리의 인연은 시작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성당에서는 물론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나는 선생님댁에 찾아가 함께 공원 산책도하고 식당은 물론 샤핑이며 병원 거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선생님은 모습에서 풍기듯이 삶이 단정하시고 냉철하시며 매사 정확하신 분이셨다. 가끔은 내 글을 보시고는 “김 관숙 제자 답자!” 하시며 종종 채찍질도 서슴치 않고 하셨다. 감싸안아 주시고 쓰다듬어 주시고 때론 아프지 않게 가르치시던 나의 선생님.


작년 오월, 나의 선생님은 홀연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감사했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 데…
아직도 내 전화기엔 선생님이 계신다. 그리움으로 살아계신 내 선생님

오늘 아침, 한송이 동백꽃으로 오신 내 선생님
감사했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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