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 얘기를 할까해요. 부침개는 경상도 말로 ‘찌짐’이에요. 쌍자음이 담긴 이름에서부터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구워야 바삭할 거구요. 그래서 저처럼 경상도 사람들에게 찌짐은 부치는게 아니라 굽는다고 하지요.
6살 아들이 좋아하는 찌짐을 매일 구워대던 어느 날, ‘일상의 많은 것들에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배울 것이 많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어요. 노릇노릇하고 바삭하게 잘 구어진 찌짐을 접시에 담아내며, 아들을 찌짐을 구워내듯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자~ 그럼 바삭한 찌짐 한번 구워볼까요? 먼저, 잘 달궈진 후라이판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재료를 넣고 옆에서 잘 지켜보며 불조절도 재때 해야되요. 또 이때다 싶으면 뒤집어도 줘야 하구요. 잘익게 살짝 눌러도 줘야 하는데, 너무 눌러 버리면 찌짐이 물컹해져 바삭해지지 않아요. 그리고 때가 되면 찌짐을 후라이팬에서 화끈하게 빼야되요. 오래두면 타버리니까요.
갑자기 왜 흔한 찌짐굽는 이야기냐구요? 육아 철학이 여기에 그대로 들어가 있더라구요. 후라이팬은 집이고 찌짐은 자식이예요. 찌짐 굽는 기술은 부모의 사랑 즉, 가정이지요. 비싼 후라이팬이라야 찌짐을 잘 구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비싼집에 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집이 아니라 가정이니까요.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비싼 집을 사서 이사간 친구를 무척 부러워하며 그 집은‘에르메스급 후라이팬이다’라고 하더라구요? 싼 후라이팬이든, 빌린 후라이팬이든 상관없이 지금 우리는 찌짐이 잘 익게 뒤집어도 주고 바삭해지게 살짝 눌러도 줘야한다 했지요. 결혼 10년만에 낳은 6살 아들을 사랑의 불을 맘껏 올려서 키우것에 에너지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말을 빗대서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찌짐은 어떤 후라이팬에라도 올라가져 있는거나 마찬기지인데 아직도 남편은 온 에너지를 에르메스급 후라이팬을 위해서만 급급하며 살고 있었더라구요.
찌짐의 불조절처럼, 어릴때는 사랑의 불을 뜨겁게 올려 줬다가 사춘기가 되면 관심의 불을 냉정하게 낮춰줘야 아이가 스스로 자립할 힘이 생길 거라 믿기에 저는 에르메스급 후라이팬처럼 비싼집이 아닌 찌짐굽는 기술 즉, 사랑으로 가득찬 가정에 먼저 우선순위를 두고 아들을 키울 거예요. 사랑은 늘 우선순위이니까.
언젠가 저의 아들도 관심의 불을 확 끄고 독립시켜야 할 날이 오겠지요? 잘 구워진 찌짐을 타지않게 후라이팬에서 화끈하게 빼버리듯 말이예요. 갓 구워낸 노릇노릇하고 바삭한 찌짐처럼 아들도 늘 세상과 사람들에게 따끈따끈 한 온기를 주고 고소한 향기를 풍기는 멎진 청년으로 자라길 바라며 문정이의 찌짐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께요. 다음주 목요일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