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그대, 가슴에 꽃씨를 심었네, 사랑스러운 말의 꽃씨를!

2024-0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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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라/버클리 문학회

어쩜 저렇게 한결 같을까?
몇년을 만나면서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우면서 그 변함없는 사랑의 비결이 무척 궁금했다.

4년전 우리는 파라다이스로 이사를하고 새로운 이웃들도 많이 생겼다.
한적한 농원이 많은 시골이라 그런지 어릴적 외할머니댁 정취 못지않은 온정이 철철 넘친다.
집집마다 피어나는 싱그러운 꽃이며 신선한 야채는 물론 철마다 색다른 과일들을 바구니에 박스에
정감있는 마음까지 듬뿍 담아 일주일이 멀다하고 앞집 옆집 하물며 개들 산책하며 만난 산책길 이웃까지.
두손 가득 들고 오기도하고 어떤날엔 우리집 현관앞에 장삿군 물건 인듯 수북이 쌓아 놓고 가기도 한다.
너무나 따뜻한 이웃 덕분에 우리의 시골 생활은 마냥 행복하다
그중에 특히 내 마음을 설레게 하신 부부가 계신다. 애칭 “여보야 부부”이시다.

여보야 부부는 결혼 하신 지 반백년이 넘으셨고 두분 나이 또한 합산 170이 넘었건만 지금도 마치 갓 결혼한 싱그러운 신혼같이 너무나 달달하고 어느 신세대 못지않으신 쿨한 사고방식의 아름다운 부부 이시다.
지금도 언제 어디서든 두손 꼭잡고 서로에게 “여보야 여보야!” 부르며 애정이 넘치시는 모습에 어느날 부터인지 ‘어떻게 하면 50년이 넘는 결혼 생활동안 저런 변함없는 애정으로 살수 있을까?’ 내심 궁금했다.


그런데 어제 나는 드디어 “여보야!” 부부의 반백년 변함없는 무한 사랑의 비결을 알았다.
사실 어제 여보야 언니께서 내 손을 이끌더니 언니의 장농서랍에서 커다란 봉투를 내게 내밀면서 열어보라 하셨다.’아! 이거 였구나.’ 내가 궁금해 했던 변함없는 반백년 사랑의 비결에 대한 해답이 그 곳에 들어 있었다.
여보야부부가 서로에게 써 보낸 손 편지들.
손 편지를 읽는 순간 내가 좋아하는 “말의 씨앗”이라는 어린이 동요가 내 귓가에 ‘이것이 비결이야’소근 거렸다.

자신없어 자꾸 망설이고 실수 할때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햇살처럼 따듯한 위로의 말.
“우리 여보는 사랑스런 여인이다. 청결하고 순수하며 너무 예쁜 내 여보야는 나의 천상배필이다.” 는 남편의 꽃씨
멋진 남편인 내 여보야를 하루에 거의 100번이나 불러대는 나를 항상 다독이고 돌봐주는 내 여보야는 “짱”이다. 내 소박한 작은 꿈이 있다면 우리 여보야와 세상 떠날 때 함께 하고 싶다” 는 부인의꽃씨.
그 말의 씨앗이 오늘도 여보야들 마음에 쑥쑥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 였어” 가끔씩 손편지로 서로의 가슴에 따듯하고 감미로운 사랑의 좋은 말의 씨를 뿌리고 꽃 피웠던 것이다.

오늘따라 곱디고운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우리 여보!” “여보 여보 여보야!”
두 가슴에 활짝핀 사랑이란 말의 꽃이 배시시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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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씨는 58년 대전 출생으로 미국에 온 후 버클리 문학 시인 등단, 한국 문인 협회 회원, 서울시 주부 백일장 장원등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2017년 뇌출혈로 인한 두번의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쪽 편마비로 오른쪽 팔과 다리 90% 움직임을 상실 하였다. 그러나 가족의 사랑과 응원으로 지금은 글도 쓰고 수영도 연습중이다. 지금은 건강할때 몰랐던 일상에서의 기쁨과 가족의 사랑, 모든것이 감사고 행복이라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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