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컬럼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2024-0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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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함

수십년간 해오고 있는 남편설교에대해서 벙어리인양 평을 유보하던 집사람이 어느 주일날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이런말을했다. '요즈음 당신 설교가 서론이 불필요하게 길고장황한듯하다'고.. 정말 오랫만의 남편의 설교에 대한 집사람의 지적이었다. 그 말을 들을때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다. 잘하던 못하던 기도하며 정성껏 준비한 설교인데 뜻밖의 지적에 마치 작은 테러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설교자들도 배우자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후에 마음을 가라 앉히고 그간의 설교 몇편을 차분히 분석해 보았다. 정말 아내의 말이 옳았다. 본문 단어의 과도한 해석과 설명이 설교 서론을 길고 장엄하게 꾸미고 있었다. 아, 송구스럽게도 우리교회 성도들이 그간 목사의 지루한설교를 듣고 있었구나.. 이후 나는 조금씩 설교 구성을 고쳐 갔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더 주목받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 원래 것을 정도이상으로 꾸미고 포장하고 가공하고 조합하는 일에 신경을 기울인다. 생각과 말, 행위와 삶을 모양새있게 치장하고 꾸민다. 포장하고 덧붙이면 좀 더 아름답게 보이고, 있어 보이고, 그럴듯해 보일거라고 여겨서이다. 헌데 인위적으로 꾸미고 복잡하게 구성한 것은 처음에는 멋있고 황홀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기에 불편해지고 신뢰성도 저하되고 믿음도 덜 가게 된다. 많은 내용으로 채워진 광고선전에는 선뜻 눈길이 가지 않는다. 투박하지만 단순하고 우직하고 간편한 것에 마음이 더욱 당기고 눈길이 가고 신뢰가간다.

일상적 말의 경우를 보더라도 형용사, 부사, 관용어가 많이붙고 미사여구가 가득하고 설명이 구구절절 긴말에는 신뢰는 커녕 의심마저 든다. 제품을 홍보하는 장사꾼들의 닳고 닳은 이야기들을 듣고 이를 곧이 믿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정말로 신뢰가 가는 말은 현란한 형용사 없이도 주어와동사,목적어로만 이루어진 짧은 말이다. 말은 기본 문장만을 제대로 사용해도 그뜻과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단순하고 짧기에 더욱 확실하게 의미가 각인되어 전달된다. 말의 단순함은 기도에도 해당된다. 우리들은 기도할 때 말을 지나치게 많이하거나 중언부언 하지 말아야한다. 예수님의 지적처럼 그런 류의 기도는 믿음없는 이방인들의 주문과 같은 것이다.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 신이 들으신다 생각한다. 기도할 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그냥 단순하고 진실하게 아뢰면 된다. 하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훤히 아신다. 하나님은 우리 혀의 말을 인지하지 못하시는 것이 하나도 없으시다. 아버지께서는 단순하며 진실한 우리들 고백에 귀를기울이시고 응답하신다.


믿음도 단순해야 한다. 믿음은 주이시며 온전케하시는 이인 예수님 한분만을 믿는것이다. 예수님은 온 우주에 유일하신 신이시다. 예수님이 복음이시며 믿음의 절대 대상자이시다. 예수님과 복음 외에 다른것들이 더해지면 믿음의 순결함과 온전함이사라진다. 진리에 비진리적 요소가 하나라도 섞여지면 그것은 절대진리가 아니다. 예수님 외에 무언가가 가미되면 그 믿음은 종내 오염되고 혼탁해진다. 혼탁한 믿음으로는 평생을 바둥거려도 외형적 열성은 있을지언정 내면의 기쁨과 행복은 없다. 평강과 은혜도 별로 없다. 또 신앙의 열매도 맺히지 않는다. 이따금 정서적 감흥이 일어날순있지만 그것조차 일시적일 뿐이다. 오히려 오염된 믿음으로는 시도 때도 없이 시험받고 유혹받으면서 영적피곤함을느낀다. 주님 일, 교회 일, 심지어는 별것 아닌 일에도..

많이 얻고 많이 쌓아둠만이 인생의 참 지혜가 아니다. 물론 주님의 허락하심이라면 남들보다 더 쌓고 그것으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말이다. 인생과 삶의 참된 지혜의 비결은 단순함,간편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유스러운 삶은 복잡다단한것, 혼탁한것을 제거하고 벗겨내는 것이다. 그대신 본질은 끝까지 간직하는 것이다. 만약 본질이 없다면 모양, 무게, 길이, 규모에 상관없이 그것은 의미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 본질을 간직하며 단순 담백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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