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최중애/회사원

2024-0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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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관계

“예뻐” 들어본 말 중 가장 민망한 소리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리고 내 반응이 궁금하다면 ‘취향이 독특하시군. 허기사 추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하지.’ 독특한 취향의 사람 본지도 꽤 오래 됐다. 웃자고 한 말이고 사실 가장 민망한 소리는 ‘좋은 사람’이다. 위선도 내숭도 체질적으로 안되니 넉넉한 인심에서 나온 덕담이리라. 내가 아는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하와가 선악과를 보니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하나님 같이)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해서 따 먹었단다.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드물게 남편 머리 위에 군림하려는 아내와 산다면 하와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아담의 실수에 대한 인과응보일지도 모른다. 하나님까지 이겨먹으려 한 하와다.

그 유명했던 ‘인간시장’을 서너 쪽 읽다 덮어버렸다. 속어와 비어를 참을 수 없어서. 어쩌다 보는 연속극을 미련없이 꺼버리게 하는 또 하나는 ‘삼각관계’다. 남의 이야기 그것도 만든 이야기로 머리 아프고 싶지 않아서. 경제적인 것, 환경과 건강은 노력해도 내 맘대로 안되는 적이 많았다. 인간관계에서 많은 실수를 하고, 상처도 받은 후 깨달았다. 내 마음만 바꿔도 대부분 관계가 좋아지고 서로의 세상 살이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을.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고 때론 하나님까지 이겨먹으려 하는, DNA 검사를 안 해도 영락없는 하와의 후손, 여자, 내가 드물게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정확하게는 ‘좋은 사람’ 배역을 맡아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해하고 때론 손해가 나더라도 모른척하고 져주기도 하는데, 비결이 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옳은 일을 행하지 않거나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께 속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그러고 보니 피할 수 없는 삼각관계다. 처음에는 꼭 나만 양보하고 나만 손해보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는데, 지나고 나니 삼각관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만용과 하나님에 대한 오해였다. 하나님은 나만 지으시고 나만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듯 나를 이용만 하시는 분도 아니다.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나님만 사랑하라고 하지도 않았고 이웃만 사랑하라고 하지도, 하나님과 이웃만 사랑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내 사랑의 몫도 있다. 나도 내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할 의무가 있다. 마음과 목숨과 힘과 뜻을 다하여 균형있는 삼각관계 사랑. 그러니 필요한 것은 분별력이다.

하나님께는 예쁘다는 소리를,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민망하지 않고 부끄럼없이 듣고 싶어 넘보는 다음 단계는 ‘예수님이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죽는 것이 시간이나 노력, 물질 일수도 있고, 마음, 자존심, 감정일 수 도 있겠다고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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