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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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최중애/회사원

2024-0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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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워서 떡먹기

수고 없이 누리기만 하는 것이 누워서 떡먹기라는 말의 뜻이 아닐까? 비단 보료에 비스듬히 누워, ‘떡이 먹고 싶구나’ 하면 뜨끈한 떡 대령. 벼가 모가 되고 모가 나락이 되기까지 땀흘리는 노동, 나락이 쌀이 되고 떡이 되기까지 수고는 돌쇠와 언년이 몫. 아랫목에 누워있다 갖다 바치는 떡을 먹는 마님과 언년이의 떡 먹기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청바지에 면티와 청자켓을 입고 구두 신고 가방 메고 차를 몰아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면, 맛있게 먹고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도 마셨다면 입은 옷에 먹은 것 대충 어느 정도를 썼는지 계산이 나온다. 규모있는 사람이라면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꼭 알아야 할 또 다른 숫자가 있다. 청바지 2,866/10,850, 청자켓 2,866/10,850, 면티 659/2,720, 가죽 신발 2,113/8,000, 가죽 가방 2,113/8,000, 스테이크 1 인분 8온스 1,024/3,875, 커피 한 잔 37/140, 청바지와 청자켓, 가죽 신발과 가죽 가방이 같다고 가정하면 총 11,800 갤론/44,440 리터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제품을 생산해서 사용하고 폐기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소비되고 오염되는 물을 모두 더한 양)이다. 종이로 된 차림표 1.3/ 5.1에 질좋은 종이 냅킨을 썼다면…?! 그리고 차 13,737-21,926갤론/52,000-83,000리터와 전화기 3,190/12,760, 이 작은 물건이 물을 그렇게 많이 잡아먹었을 줄이야! 또 세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13억 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약 170조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데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 못했다.


내가 번 돈으로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로 많은 것을 쉽고 풍족하게 누리는 요즘, 소비자들이 모든 생산 과정에 참여하여 수고하거나, 자원의 소비와 흐름을 알게 된다면 분명 달라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CA approves rules that turn sewage into drinking water.’ 충격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두고 볼일이지만, 물이 부족한 현실이 나아지지 않으니 머지않아 그것이 최선책일 수 있다.

소고기 버거 1개 평균 2,500 리터, 50g 초콜릿 하나 860 리터(가정 욕조 3개 정도의 물) 물발자국을 알면 알수록 먹고 쓰기가 불편해진다. 커피도 계속 마셔야 되나 고민될 지경이다. 캘리포니아의 물 사용중 80%가 가정과 상업용 이라니 사업체와 직장, 가정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재정을 관리하듯 자원을 아끼고 관리하면 무던한 지구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용서하고 풍요로 화답하리라. 음식물 쓰레기만 없애도 170조 리터의 물 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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