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백인경/버클리 문학회원

2024-0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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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에너지”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다. 재채기가 불쑥불쑥 휘몰아 치고 콧물이 염치도 없이 사정없이 흐른다. 병든 닭마냥 눈이 저절로 풀어지며 노곤하다. 예고없이 찾아온 몸의 변화에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마침 직원들이 겨울방학이라 불러서 카페를 맡기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낮잠이라곤 30분 이상을 자지 못하는 체질인데, 깨어나 보니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하지만 기운은 더 떨어지고 끼니때가 되었는데도 배가 고프지도 않다. 죽을 끓여 억지로 먹어 볼려고 해도 입맛이 없어서 전혀 먹을수가 없다. 몸속에서 음식을 아예 반기질 않는다. 온몸의 에너지가 감기균과 싸우느라 온힘을 다 쏟아 붓는듯 기진맥진이다. 아파본 적이 언제였나 기억에 가물가물 할정도로 평소에 병치레 없이 지낸터라, 주위에서 감기 환자들을 자주 보는데도 스스로에게 방심 했던 탓이 크다.
하룻밤을 쉬고 났는데도 차도가 별로 없다. 침대에 누워 온종일 쉬어 보지만 오히려 에너지가 더 고갈 되는것 같다. 답답한 마음에 마스크 착용하고 온몸을 따뜻하게 휘감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해 보았다. 걸음걸이에 영 힘이 실리지를 않는다. 영락없이 병자 걸음같이 허느적 거린다. 음식을 먹어 기운을 차릴려고 해도 쓰기만 하다.
어느새 삼일째인데 여전히 입맛도 돌아오지 않았고 몸의 원기도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카페에 꼭 필요한 물품들도 준비해야 하고, 바쁜 연말이라 일손을 보태러 출근을 했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풀리는것 같고 기운도 좀 붙는것 같다. 몸을 움직여서인지 시장기도 느껴지고 먹고싶은 음식이 생각 나기도 한다. 이제 고비는 지난것이다.
사일째 아침, 몸이 많이 회복된 듯하여 바닷가 산책을 나왔다. 따뜻한 차한잔 들고 파도소리 들으며 천천히 모래사장을 걷는다. 가슴을 펴고 신선하고 달콤한 공기를 천천히 그리고 깊게 들이 마시고 내 쉰다. 내안의 생명의 에너지가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생명의 에너지는 놀라운 힘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았는데, 생명의 에너지는 나의 입맛을 살려냈다. 기적같다. 입맛이 살아나지 않으면 난 우주의 에너지와 단절되어 몸의 생기가 없어진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내재되어 있는 이힘은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원동력이다. 내안의 생명의 에너지는 온우주와 신비로운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느낀다. 이 생명의 에너지는 우리에게 기쁨과 사랑을 느끼게 하고, 힘과 순수한 열정을 일으켜 그로인해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
내안의 생명의 에너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끊임없이 출렁데는 이 에너지를 진지하고 깊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리 아파서 고생을 해보니 이 에너지의 충만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우리를 펄펄 살아있게 하는 끝없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선물로 주어진 이생명의 에너지는, 자연과 친밀하게 조화를 이루는 삶속에서 더욱 살아 나리라. 날마다 따뜻한 햇빛을 쪼이고, 신선한 공기와 물을 마시며,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을 잘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감기로 며칠 고생은 했지만, 되살아난 입맛을 통해 내안에 흐르고 있는 이 신비한 생명의 에너지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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