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당신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릴 것이다.”
지난해 11월 빌 게이츠가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게시한 글의 제목이다. 빌 게이츠는 향후 5년 내로 AI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안으로 사람들은 완전한 AI 에이전트, 이른바 AI 비서를 갖게 되고 AI 에이전트는 우리가 처리해야 할 많은 일들을 대신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어떤 인간 유형이 로봇에 대체되지 않고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산업혁명 이후 ‘호모 파베르’(Homo Faber) 인간형이 오랜 기간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았다. ‘호모 파베르’는 ‘만드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인간은 주로 생산과 노동을 통해 성장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호모 파베르’는 도구를 만들어 일하고, 문명을 발달시키며,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으로 AI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오늘날 ‘호모 파베르’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은 더이상 굳건하지 않다. 생산성에 있어서 인간이 AI와 대적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다.
데이빗 오터 MIT 경제학과 교수는 “AI 등장으로 노동시장에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생산직, 사무직 등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감각적인 업무 및 창의성이 필요한 일자리는 무궁무진 늘어날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호모 파베르’의 세상이 저무는 가운데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인간형은 더욱 더 강열한 색을 띠기 시작했다. ‘호모 루덴스’는 네덜란드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놀이하는 인간’을 일컫는다. ‘호모 루덴스’ 관점에서는 인간의 본질을 놀이로 파악하고, 인류문명이 놀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놀이란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든 정신적·육체적 활동이다.
나아가 미래의 인재상으로는 ‘호모 파베르’와 ‘포모 루덴스’ 합성어인 ‘호모 파덴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재미와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호모 파덴스’는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인간형이다. ‘호포 파덴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재미와 의미가 선순환하는 기업가적 삶이 4차 산업혁명의 인재상”이라고 설명하며 로봇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 본연의 가치와 강점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반복되는 일은 로봇이 하고, 창조적인 부분을 인간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꼽은 장래희망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오르는 ‘크리에이터’는 전형적인 ‘호모 파덴스’류의 직업이다.
일도 노는 것처럼 하는 사람이 성공의 열쇠를 먼저 쥐는 사회가 왔다. 자연스럽게 끌리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놀이와 일을 별개로 여기고 거리를 둘 필요가 없어졌다. 좋아하는 일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혼자 있을 때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주목하면 된다.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면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정년까지 일할 수 있었지만, 인공지능이 등장한 현 시대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게다가 지식을 익히는 것에 더해 자신만의 창의력과 상상력도 접목할 줄 알아야 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심리학자 롤프 메르클레의 명언은 오늘날 실로 유효하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다시 쓰여져야 할 때가 왔다. 겨울날 굶주리게 될 존재는 베짱이가 아닌 개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4년, 제대로 놀 줄 아는 베짱이를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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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