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9주 최중애/회사원

2023-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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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방망이

어릴 적에 갖고 싶었던 도깨비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교회 안에서.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금 나와라, 아멘! 만사형통, 아멘!” 취향에 맞게 성경을 거두절미한 탁월한 선택의 결과물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인생의 사명으로 생각, 자신의 이익보다는 남을 돕는 일에 더욱 집중, 다른 사람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일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 옹호자 .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친구나 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하던 일을 내려놓고 도움. 집단과 직장에도 충실한 태도, 자신의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기대치를 뛰어넘을 만큼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호자. 재미삼아 해본 MBTI 성격테스트 결과다. 주제 넘은 오지랖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내린 결론은 환경 탓이다. 고민 많이 하지만 안 고쳐진다.
거리가 좀 되는 초등학교에 1년을 엄마가 업고 다니시다, 학교 옆으로 집을 지어 이사하셨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시작하신 나의 대학교 학비 마련을 위한 저금, 한 말 두 말 넣은 돈이 한 가마 두가마 되면 12년 후에는 학비 걱정없으리라.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학년이 올라갈 수록 넣어도 넣어도 저금통장 돈은 가치가 떨어져 손해만 보고 말았으나,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과 헌신적 사랑은 계속되었다. 부모님과 형제들을 울리지 않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 내 감정보다 우선이었다. 가족의 과잉보호,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짐이 되지 않고, 피해주지 않고, 도울 수 있고 섬길 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가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된 거 같다.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모나고 옹졸한 나를 다듬고 넓혀주신 예수님 때문에 아직 멀었지만, 참 많이 변했다. 신앙은 나의 연약함을 다 녹여 단단하고 견고하게 세워주었다.

실은 나 역시 이제까지 도깨비 방망이 효력을 넘치게 보아 왔다. 거두절미를 원상복구하자면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나에게(바울)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나의 고난에 동참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감옥에 있는 바울이 구하는 하나님의 능력은 핍박과 모욕과 억울함, 그 비천하고 궁핍한 시간을 잘 감당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렇다. 육신의 연약함과 불편함이란 감옥에 갇혀서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도 하나님의 능력으로 매일 주어진 일상을 감당하면 족하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과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워 주제넘은 오지랖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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