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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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뿌리와 샘

2023-12-18 (월) 조광렬/뿌리와 샘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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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부터 그동안 써오던 나의 타이틀을 바꾼 이유는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민족문화네트워크’ 활성화에 대한 미련과 꿈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승자박(自繩自縛)(자신을 채찍질하는)의 심정으로 이 타이틀을 쓰기로 했었다.

그러나, ‘민족문화네트워크’라는 명칭은 너무 거창하고 이념적 느낌도 들어서, 보다 구체적이고 정서적이며 이미지가 있는 ‘뿌리와 샘‘ 네트워크’로 개칭하였다. 영어 명칭은 [‘Korean Roots and Fountain’ Network]이다.

미주한인사회에는 미국에서 살고는 있지만 손님(?)처럼 사는 동포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이 나라에서 결국 객(客)으로 살다가 객으로 마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뿌리가 내리지 않는다. ‘뿌리와 샘’의 의미가 그래서 의미심장한 것이다.


‘뿌리와 샘’은 세종때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서사시 ’용비어천가‘ 2장의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내(川)가 되어 바다에 가나니.”(현대어 버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한인끼리만 즐기며 보여주기식 문화행사 차원에서 벗어나 각자가 다문화속에 함께 어울리며 그 생활 속에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심을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얼’이 무엇인지 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를 위한 첫 사업으로 “한국학계에서 걸출한 저서로 인정받은 “조지훈의 [한국문화사 서설]을 우선 영문으로 번역해서 간행하기로 하고 번역가를 물색중이다. 이 책은 “동일한 풍토적 환경과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공동의 집단생활을 영위하는 동안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생활과 사고방식에 대한 우리 민족 공동의 마음바탕으로서의 한국문화를 존재와 생성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고찰한 역저”이다.

처음 목적은 책의 서문에서와 같이 “한국문화를 공부하려는 젊은 학도들과 외국인사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펴냈었던 ‘문고판’ 저서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문화는 시베리아 문화에서 요람기를 보내고, 한(漢)문화권에서 배우고, 인도 문화권에서 성숙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한국문화의 연원을, 밝(Bark) 문화> 튜란(Turan)문화> 수메르(Sumer)문화의 순”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한국문화의 기본 성격을 그 풍토와 자연에서 찾아 ‘반도적 성격’이 형성 되었다는 것을 피력했다. 또한 우리 민족성의 특징을 꿈, 슬픔, 힘, 멋, 맵짭의 다섯가지(일곱가지로 치면 ‘은근’과 ‘끈기’를 추가)로 꼽아 도표로 설명한것이 흥미롭다.

”평화성과 격정성이라는 민족성의 두 기본요소는 우리문화에 ‘낙천성’ 또는 ‘향락성’과 ‘감상성’으로 각기 표현되었다. 우리 문화의 고전 시대인 통일신라의 문화는 해양성적인 ‘명상성’과 대륙성적인 ‘웅혼성’을 조화하여 우리 문화의 조화기를 시현하였으니, 화랑도, 석굴암같은 것이 그 실체다.

그러나 그 꿈과 힘의 조화가 깨뜨려짐으로써 명상성은 낙천성으로, 웅혼성은 감상성으로 변성되었다. 통일신라 후기부터 고려에 걸친 시대가 그 시기이다. 우리 예술에 나타난 이 두 가지 성격은 ‘꿈’과 ‘슬픔‘이라고 각기 명명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중략)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우리의 민족성은 그 강력한 양면성을 지양하고 조화해야만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 있지, 외곬으로만 붙여놓으면 열성(劣性)으로 된다는 사실이다.”라고 조언한다.

본국 정부가 마땅히 했었어야 할 이 번역서 출판 사업을 내 개인이라도 추진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까닭은 우리 한인 차세대나 후손들이 우리문화의 정체성(ego)에 대하여 배움으로 해서, 각자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우리 본래의 ‘얼’을 찾아 새로운 창조에 한국적인 재료(사상)와 자극을 가미하여 우리 것을 미국의 풍토에 맞게 재창조(올바른 전통의 계승)하여 미국과 세계가 공유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할 이민 1세대로써의 의무감이 들어서이다.

우리의 뿌리를 모르고, 우리 민족성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모르고, 우리의 ‘얼‘을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없이 어찌 더 나은 민족성을 발휘하며 이 나라와 인류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

<조광렬/뿌리와 샘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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