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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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최중애/회사원

2023-12-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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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 꽃다발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습니다. 코스코에서 갈비살을 사고 장미꽃을 사기로 했습니다. 꽃을 사는 마음은 항상 설렙니다. 꽃다발을 사서 혼자 기분내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스스로 안겨주던 꽃다발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서운해지네요. 꽃을 받는 것도 설레는 일인데.

멀리서 볼 때는 꽃들이 다 곱고 싱싱한데 막상 가까이 가서 보니 고르기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아름답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선듯 집어들지 못하는 흠이 다 있습니다. 아마 꽃다발 심부름을 시켰다면, 심부름한 이의 수고와 고민은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한소리 했을 겁니다. 그중에 제일 나은 것으로 집어들며 혼자말을 합니다. “그게 그거네” 집에 와서 병에 꽂아 놓고 보니 스물 네송이의 빨간 장미가 꽃만 할 수 있는 풍성함과 분위기를 한 껏 내주었습니다. 거슬리던 흠도 묻혀 버렸구요.

한국에서 갓 도착한 교환 학생들에게 뒷뜰에서 바베큐를 대접하고 장미 꽃다발을 고른 경험을 나눕니다. “교회와 교인도 멀리서 볼 때는 다 아름답습니다. 가까이 가면 조금씩 흠이 보입니다. 그 흠 때문에 장미 꽃다발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저 역시 흠이 많은 사람인데, 인간 관계에서 작은 흠 때분에 실망하고 상처받고 아예 사귐을 포기하는 미련함과 옹졸함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놓쳐버린 수 많은 장미 꽃다발이 있었음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많은 실수 후에 깨닫고 나니 고를 수 있는 꽃다발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그런 이유로 선택받지 못한 까닭이겠지요. 돌아가는 길에 장미 두 송이씩 들려보냈습니다. 작은 흠 때문에 장미 꽃다발을 포기하지 않는 지혜로운 젊은이들이 되길 바라며.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베드로전서 4:8” 제가 옹졸하고 지혜 없었음은 결국 사랑의 결핍이었습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지난 일이 싱싱한 것보다 나누기 편한 걸 보니 글로 쓰려면 제게는 숙성기간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 후로도 꽃을 사러 종종 갔습니다. 포도주 잔에서 노란색과 보라색 팬지의 아름다운 조화를 알면서도, 큰 바구니에서 어우러지는 국화 화분의 풍성함에 오며가며 가을에 기분좋게 취할 것을 알면서도 작은 흠 때문에 포기합니다. 며칠 전에도 시크라멘을 사러 갔다 그냥 왔습니다. 흰색과 붉은 색 하나 씩 사서 겨우내 꽃을 봐야지 하고 갔는데… 상대가 나의 흠을 덮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그것이 자연스럽고 편해질 때 쯤 꽃다발과 화분을 덥석덥석 집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집안 구석구석, 뜰 여기저기 꽃들이 마음껏 피었다 지고 또 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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