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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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백인경/버클리 문학 회원

2023-1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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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 YOU OKAY?”

올 한해 남겨진 마지막 잎새가 늦가을 찬바람에 떤다. 춥고 음산한 계절이다. 반면 사랑과 나눔이 있는 따뜻한 계절이기도 하다. 멀리 흩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들과 사랑을 서로 풍성하게 나누는 Thanksgiving Day가 있고,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는 한해를 돌아보며, 멀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사랑과 용서로, 서로 감싸 안을수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화합의 시간이기도 하다. 곧 송년파티들이 이어지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쁘고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한해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허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따뜻하게 쉴곳이 있는 사람들도, 어김없이 허물어지는 또 한해를 보내며 자칫 외로워지고 무언가 잃어가는 듯한 허망함을 느끼기 쉬운 계절이다. 하물며 가족들이 없고 의식주가 충분히 갖추어 지지 않은 사람들임에랴, 그 춥고 쓸쓸함은 말해 무엇하랴. 실직된 사람들, 몸이 아파 괴로운 사람들, 경기가 풀린다고들 하나 아직도 펜데믹의 후유증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등,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풍성함속에서, 사랑이 넘치는 속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외로움과 빈곤을 느끼며 힘들어 하는 때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San Francisco에서 열린 APEC(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으로 샌프란시스코 시티는 다운타운을 청소하고 단장을 했다. 그로인해 펜데믹으로 늘어난 그 많던 노숙인들을 쉘터로 보냈지만 그곳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도시의 곳곳으로 흩어졌다.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눈가리고 아웅식의 청소였다. 따라서 평소에는 거의 노숙인들이 없던 나의 카페 근처에도 처음보는 노숙인들이 늘었다. 이른아침에 보따리들을 들고 화장실을 쓸려는 사람, 구걸하는 사람이 카페문 앞에서 서성대곤 했다. 이추운 날씨에 마음은 아팠지만 내가 고작 할수있는 것은 따끈한 커피와 얼마간의 음식을 주는 것 뿐이었다. 밤새 추위에 떨었을 것을 생각해 안으로 들이고 싶었지만, 우선 냄새가 심하고 다른 손님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기에 그냥 마음 뿐이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나도 힘든데 그들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오랫동안 계속된 팬데믹동안 카패 손님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Are you okay?’다. 이말을 들으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분들의 관심과 염려와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려울때, 지쳐있을때는 특히 느낌이 진하다. 이 말로 인해 무언가가 해결되어서가 아니고, 혼자만의 어려움들이 밖으로 끄집어 내어져 서로 나누어짐을 느끼게 한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건네지는 친절한 말한마디는 의외로 우리에게 힘을 준다. 어려움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때문 이리라.
나를 위시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한듯 보이지만 의외로 약한면이 있고, 겉으론 괜찮은듯 보이지만 그속엔 말못할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을수 있다. 반면에 약한듯 보이다가도 강해질수 있기에 어느누구도 강하기만 할수가 없고 약하기만 할수 없으리라. 그러기에 손을 내밀어 서로 관심과 사랑을 보인다면 우린 서로 부대끼고 북돋아 주며 같이 걸어 갈수 있으리라. 세모에 ‘Are you okay?’를 많이 건네봄도 한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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