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칼럼] 민주당의 급 좌경화

2023-11-27 (월) 휴 휴이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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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선에서 필자는 단연코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를 비롯한 다수의 예비주자 가운데 누가 후보지명을 받건 상관없다.

그러나 공화당에 대한 충성도가 필자만큼 확고하지 못한 다른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세계는 급속히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공화당 후보들은 먼저 강력한 국가 안보팀부터 꾸려야 한다.

그리고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비롯한 격전 예상지를 돌며 그들과 함께 할 국정운영의 조력자가 어떤 인물인지 소상히 알려야 한다.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자는 - 특히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해 - 당의 정책 방향에 실망감을 느낀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낚아챌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지난 7주 동안 전국 대학가에서 일어난 반 이스라엘 시위를 지켜보았다면 젊은 좌파 집단이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미 하원과 행정부에 포진한 이들의 전위부대가 바이든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고 있는지 여부를 세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나올 결론은 자명하다. 지금 민주당은 그저 왼쪽으로 표류중인 게 아니다. 민주당은 극좌(hard left)로 향할 현실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34세 사이의 민주당 유권자들 가운데 무려 70%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대처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극좌로 이동한 이들 젊은 세대가 민주당의 미래를 틀 지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결코 논리적 도약이 아니다. 2024년 혹은 2028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모든 문제를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라는 유독한 흑백 프레임 안에서 해석하는 유력인사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다.

당 지도부가 이같은 흑백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내 극좌세력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 안에, 그중에서도 특히 사법부에 이런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가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난달 하마스의 테러공격으로 최소한 1,200명의 이스라엘인이 학살당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40명이 가자로 납치됐다. 하마스가 저지른 유혈참극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검증 시험이었다.


그리고 이 시험에서 민주당은 대체로 낙제점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적극 옹호한 것은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이후 백악관은 마치 요-요처럼 오락가락하는 메시지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널리 알려졌듯 미국은 이미 오래전에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 지역에서의 ‘휴전’을 외치는 사람들의 숫자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경악했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적을 상대로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숨통을 끊으려는 적대세력의 전위대에 불과하다.

현재 전쟁은 가자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레바논과 마주한 이스라엘의 북쪽 국경에는 또 다른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대기 중이고, 치명적인 적대세력인 이란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혹은 위구르인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학살극에 우리가 취할 중도적인 선택지가 없듯 이번 경우에도 어정쩡한 태도를 허용하는 중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전선이 가자나 우크라이나, 혹은 궁극적으로 타이완이건 어디건 간에 이건 결국 하나의 대결(one confrontation)이다.

공화당 내부에는 요란스런 소수의 고립주의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의 아우성이 서방세계에 가하는 위협은 극좌세력의 전투적인 반 이스라엘 수사와는 다르다.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새로운 행정부에서 함께 일할 최고위 관리 예비후보 36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그들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들을 좌측으로 심하게 치우친 민주당의 신세대와 비교하라. 이들이야말로 앞으로 수년 간 양 당의 모양을 틀 지을 목소리다.

필자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러닝메이트인 부통령과 예비 내각의 고위직 인사를 추리는데 참고할만한 인력 풀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여기에는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 조니 에른스트 상원의원(아이오와),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위스콘신),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과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국제 정세에 능통하고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선 주자들은 양 당의 미래를 대비시키고, 그들이 나아갈 길을 명백하게 조명함으로써 대중에 봉사할 수 있다.

이같은 선택이 주어질 경우 ‘민주당 평생 당원’을 포함한 미국인들이 극단주의와 결별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으로 줄지어 돌아설 것이다. 그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휴 휴이트는 세일럼 라디오 네트웍의 전국 신디케이트 라디오 호스트이며, 1996년부터 채프먼 법대 교수로서 헌법을 가르치고 있다.

<휴 휴이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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