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한 사람들의 비결을 들어보면 하나 같이 큰소리 안내고 조용히 산 사람들이다. … 소리가 크면 빨리 죽는다.”
황시엽 씨의 수필 ‘소리가 크면 빨리 죽는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저자는 멋진 벽시계가 단돈 5달러라고 해서 샀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우선 재깍재깍 소리가 너무 커서 소음공해 수준이었다. 다음은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았다. 소음 생산에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배터리를 계속 교체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클 것 같아 결국 시계를 버리면서 저자는 재미있는 깨달음을 얻었다. 시계든 사람이든 소리가 크면 ‘빈 수레’, 빨리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본보 오피니언의 주말에세이 고정필자였던 황시엽 씨가 수필집 ‘그들은 나를 ‘미스터 씨’라고 부른다’를 펴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민자로 40여년 살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소재로 삼고, 이들 경험 속에서 반짝이는 교훈들을 끌어내며 저자는 한편 한편의 수필들을 써나갔다.
뒷마당 귤나무, 야생딸기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벌레들, 저자의 탐심을 시험했던 이웃집 석류 등 평범한 일상들이 저자의 재치와 버무려지면서 맛깔스런 이야기들로 탄생했다.
수필집은 제 1부 수필편 그리고 제 2부 특집 ‘야인시대 선친 황병관’으로 구성되었다. 고 황병관 씨는 ‘대한민국 레슬링의 개척자요 대부’로 명성이 높았던 전설적 스포츠맨. 일제 강점기 일본 메이지대학 유학 중 아마추어 레슬링에 입문해 전 일본 챔피언에 올랐고, 해방 후에는 고국에서 레슬링 보급에 헌신했다. 이어 1948년 런던 올림픽에 대한민국 최초로 참가해 레슬링 웰터급 5위에 입상했다.
“그런데 2002년에 방영된 사극 드라마 ‘야인시대’가 선친을 일개 주먹으로 묘사했습니다. 선친의 훼손된 명예를 바로잡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이 책을 내게 된 또 다른 동기입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저자는 한국에서 과학부/문화부 기자로 활동했고, 76년 미국 이민 후 산업용 고무제품 생산 회사에서 실험실장 겸 기술/품질 담당 디렉터로 40여년 일하고 2019년 은퇴했다. 2000년 본보 문예공모전 생활수기 부분에 당선되었고, 2008년 소설부문 가작 입상했다.
수필집은 가든 그로브 소재 아리랑마켓 몰 내 알라딘 서점(714-530-8484)에서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