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회화의 주류는 채색화… 전통에서 현대까지”

2023-11-10 (금) 하은선 기자
작게 크게

▶ 샌디에고 미술관,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 LA한국문화원·국립현대미술관 주최, 내년 3월까지…이건희컬렉션 이종상 ‘원형상’·성파스님‘수기맹호도’

“한국회화의 주류는 채색화… 전통에서 현대까지”

407점의 패널로 구성된 이종상 동유화 ‘원형상 89-117, 흙에서’(1989)

“한국회화의 주류는 채색화… 전통에서 현대까지”

오윤 목판화 ‘칼노래’(1985)와 ‘무호도’(1985).


“한국회화의 주류는 채색화… 전통에서 현대까지”

지난달 28일 샌디에고 미술관에서 개막한 ‘생의 찬미’ 특별전 광경. [LA한국문화원 제공]


민화와 궁중장식화, 창작민화와 종교화, 기록화 등을 아우르는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Korea in Color: A Legacy of Auspicious Images)가 샌디에고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렸던 ‘생의 찬미’전에 소개된 작품들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샌디에고미술관(관장 록산나 벨라스케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장호)과 공동 협업해 마련한 전시다.

이 전시는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벽사), 복을 불러들이며(길상), 교훈을 전하고(문자도), 중요한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기록화) 등 전통회화의 역할을 하는 네 가지 주제로 총 34명의 작품 5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길상의 첫 역할인 벽사의 의미를 담은 도상들로 시작되는 전시에는 제15대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의 ‘수기맹호도’와 같은 전통적인 도상들이 오윤 목판화 ‘칼노래’와 ‘무호도’ 등과 함께 펼쳐진다. 통도사 서운암에 기거하는 성파 스님의 ‘수기맹호도’는 민화 ‘대호도’를 재해석한 옻칠 작품이다. ‘대호도’가 일제 강점기에 식민 상황을 이겨내고 다시 분연히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설명하고 대형 옻칠 화면으로 ‘수기맹호도’를 제작하며 이 시대의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어려운 여러 상황을 극복하고 힘차게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오윤(1946~1986)은 민중미술이 목판화 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주축이 된 작가이다. 춤추는 호랑이 ‘무호도’는 벽사의 의미를 직설적이고 해학적으로 나타낸 도상이고 ‘칼노래’는 가난, 어리석음, 간사함, 추잡함, 근심, 음란함, 일찍 무너짐(요괴), 성냄 등 삶의 부정적인 요인들을 춤을 추며 단칼에 베어버리는 장면을 담고 있다.

특히 김종원 작가의 ‘문’(2021)과 ‘암’(2021), 송규태 작가의 ‘서궐도’(2014),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에 포함된 이종상 작가의 ‘원형상 89-117, 흙에서’(1989), 성파 스님의 ‘수기맹호도’(2012) 등은 미술사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진귀한 한국 미술작품들이다.

등판 위에 안료를 얹어서 구워내는 동유화 기법으로 제작한 ‘원형상 89-117, 흙에서’의 작가 일랑 이종상(1938~)은 한국화의 원형을 철학적으로, 도상으로, 재료로 끊임없이 탐구하며 지평을 확대해온 작가이다. 총 407점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전통적인 배산임수 명당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가운데 구심점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의 방위가 펼쳐지고, 산세가 그 위를 달리며 물이 사이를 흐르는 형상으로 태초의 형세를 담고 있다.

문자도와 기록도 전시에는 뉴욕 작가 안성민이 동서양의 모티브를 한 화면에 담은 작품 ‘날아오르다: Rise Up’을 통해 희망의 메세지를 전한다. 전통적으로 부적이 누런 창호지에 경면주사를 사용하여 글을 써서 만들 듯이 노랑 바탕에 붉은 서체로 작업한 작품이다. 또, 효제문자도 여덟 글자를 뉴미디어로 접목한 김혜경의 8채널 영상 ‘시간과 공간을 넘어’가 소개된다. 조선시대 유교 철학의 기본윤리를 집약한 효제문자도와 당시 고가의 안료였던 청화로 그린 청화백자를 통해 물욕과 도덕관념 사이 인간 본성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상원 문화원장은 “이번 전시는 한미동맹 70주년과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년 정도 준비해 온 대형기획사업으로 평소 미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의 전통회화와 동시대 미술을 함께 선보인다. 내년 3월초까지 전시되는 장기 전시인만큼 많은 분들이 방문하셔서 다양한 한국미술의 모습을 느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오는 2024년 3월3일까지 샌디에고 발보아 공원에 위치한 샌디에고 미술관 1층 제1~5전시실(1450 El Prado, Balboa Park)에서 계속된다.

<하은선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