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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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숲 속에서

2023-11-02 (목) 서윤석 은퇴 의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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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서 부르는 내 노래는 흐느끼는 것이 아니다
열매를 새들에게 다 내어주고 빈 가지로 서있는
이름 없는 한 그루 나무를 위하여
영혼을 떠나보내고 잠든
묘비 아래의 육신에게 드리는 노래
그것은 슬퍼서가 아니다

이노바(Innova)병원 신생아들을 위한 해피버스데이의 노래
높은 하늘에서 미소 짓는 초생달을 벗하며
밤 이슬을 마시며 부르는 감사의 노래다
끝없이 피비린내 흘리는 이삭과 이스마엘의 후손을 위한
평회를 부르는 기도이다

정적을 깨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사슴가족과 토끼들을 위하여 부르는
숲에서 서로 만나서 풍요로워지는 이웃을 위한 노래
맑은 공기와 빗물에 감사하며
바위, 땅, 하늘과 함께 불러보는
함박눈을 기다리는 찬송이다

싸늘한 눈보라를 당당히 맞으면서 죽었다가 다시 살고
이마에 더듬이가 다시 돋아날 때를 기다리는 노래
강과 연못의 살얼음이 녹고
새 생명이 기지개를 펴는 날을 그려보는
늦가을 밤에 미리 불러보는 나의 찬송이다

<서윤석 은퇴 의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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